박재완 ‘MB 순장조’ 이미지는 장관 하는 데 자산이자 리스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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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김대중 정부)이 김영삼 정부 이후 현재까지 가장 성공한 경제장관으로 꼽혔다. 중앙일보가 ‘나는 장관이다’ 시리즈를 위해 장관론 연구자를 포함해 행정학자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교수 6명이 진념 전 장관을 ‘베스트’ 장관으로 선정했다. 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장(한국행정학회장)은 “진념 전 장관은 전문성과 추진력, 정치력을 함께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체신부·교통부·건설교통부 장관과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노무현 정부)을 지낸 오명 전 장관도 4명의 추천을 받았다. ‘장관론’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오명 전 장관은 정보통신 분야의 발전과 미래를 보는 정책 혜안이 있었고, 뛰어난 정책관리와 추진력을 겸비했다”고 평가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김대중 정부)은 각각 학자 3명의 추천을 받았다.

‘마행처 우역거(馬行處 牛亦去)’.

 2일 취임하는 박재완(사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주 청문회에서 자신의 좌우명을 이렇게 소개했다. 말이 간 곳에는 소도 열심히 걸어가면 충분히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가 자신을 ‘느려터진’ 소에 비유하고 있다는 게 의미심장하다. ‘일벌레’ 소리를 듣는 박 후보자 특유의 성실성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그런 박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장관직을 ‘가시밭길’에 비유했다.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예로운 임명직’이란 빛나는 장관직의 이면엔 “성공하긴 어렵지만 실패하긴 쉽다”는 그림자가 항상 존재한다. 정부가 펴낸 『장관 직무가이드』는 “큰 과오 없이 1년 이상 버틴다면 성공한 장관이라 평가해도 그리 지나치지 않다”는 다소 관대한 잣대를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공하는 장관은 있다. 그들에게 나타나는 특징으로 『장관 직무가이드』는 전문성과 함께 ▶조직 장악력 ▶명확한 소신과 비전 ▶조정 능력 ▶핵심 문제에 집중 등을 거론한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지지와 신뢰도 핵심 요소다.



 이를 박 후보자에 대입해 보면 그의 큰 자산은 ‘청와대와의 가까운 거리’다. 청와대와의 교감과 ‘큰 그림’을 그려본 경험이 관료 조직을 다잡고, 전문 경제관료 출신의 동료 장관들 사이에서 경제팀장으로서 리더십을 보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감세와 반값 등록금 등을 놓고 당·정·청에서 엇갈린 신호가 나오면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면서 “그간의 다양한 경험을 활용해 적극적 코디네이터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MB 순장조’라는 그의 이미지를 걱정하기도 한다. 국회를 설득하고, 때에 따라 청와대와도 각을 세워야 하는 경제수장으로서의 입지를 좁히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종종 비판한다. 하지만 대통령도 여의도와 마찬가지로 ‘선출된 권력’이라는 점에서 포퓰리즘에서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실제로 올 3월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 발표 이후의 논의 과정이 그랬다. 주택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보전 방안은 재정부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자체가 원하는 방식대로 결정됐다. 청와대가 재정원칙 대신 정무적인 판단에 따랐다는 비판이 나왔다.

 장관은 직(職)의 시작과 끝을 대통령이 결정한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를 평가하는 ‘고과권자’는 대통령만이 아니다. 부처 조직원과 전문가, 시장, 언론, 그리고 국민이 그를 지켜보고 점수를 매긴다. 이런 다양한 집단 간의 이해가 날카롭게 맞서는 중심에 장관이 서 있다. 그 틈에서 타협점을 만들고 갈등을 최대한 합리적인 방향으로 풀어나가는 게 곧 정책 과정이다.

 전임자들에 비해 여건도 좋지 않다. 임기 말로 가면서 집단 간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고 여당 내 주류 교체, 야당의 ‘복지 공세’ 등으로 정책 운용의 여지는 좁혀질 대로 좁아져 있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를 걸러내고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나라살림 하는 재정부 장관의 가장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박 후보자의 ‘특급 유격수’론이 눈길을 끈다. 야구광으로 알려진 그는 “특급 유격수는 안타성 타구의 방향을 예측해 손쉽게 수비하지만 1급 유격수는 안타성 타구를 어렵게 잡아 호수비하고, 2급 유격수는 자기 위치만 지키다 안타를 허용한다”고 했다. 포퓰리즘에 대한 사전 예방과 선제적 조치, 그가 얼마나 잘할 수 있을까.

 이것저것 건드리지 않고 꼭 해야 할 일에 전력을 집중하는 것도 성공하는 장관의 일반적 특징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특히 임기 말 장관은 새로 일을 벌이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현 경제팀 멤버들의 개성이 강한 만큼 박 장관이 이를 적절히 관리해 경제에 충격이 가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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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기획재정부 장관(제3대)

195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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