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투자 ABC] 원화 강세 땐 기업 경쟁력에 밑줄 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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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2008년 금융위기는 혹독했다. 하지만 이를 거치면서 국내 기업의 이익 수준은 한 단계 올라갔다.

 실제로 2007년 말 한국 기업의 이익 수준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2010년의 기업이익은 140.5로 높아졌다. 신흥국 시장 평균 이익 회복률보다 2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강한 재정 투입으로 세계 수요 창출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중국보다 한국 기업의 이익 회복률이 높았던 이유는 ▶환율 ▶정부 정책 ▶최적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다.

 우선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원화는 약세를 보였지만 대부분의 아시아 통화는 강세를 보였다. 특히 일본 엔화 가치는 위안화보다 더 올라갔다. 이 때문에 일본은 금융위기 진원지인 미국보다 이익 회복률이 저조했다. 분명히 원화의 상대적인 약세는 한국 수출 기업에 유리했다.

 둘째는 정부 정책이다. 3년 전 발생한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 세계가 선택한 것이 바로 ‘자산 인플레이션’이다. 여기에 정부의 노력도 크게 기여했다. 21세기 경기 부양 정책은 80년 전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이 세운 테네시강 유역개발공사보다 한 단계 진일보한 듯하다. 미국·중국·한국 정부는 대규모 건설 토목공사로 경기를 부양하기보다 자동차 소비 보조금 등을 지원하면서 소비를 직접적으로 자극했다(효율적·효과적 분배). 따라서 이번 경기 회복과 주가 상승은 유동성뿐만 아니라 기업 실적도 같이 좋아지는 이상적인 결과를 낳았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 이익 성장은 정부 지출과 가계 지출의 합작품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정부 정책의 흐름을 타며 빛났다. 자동차 소비 보조금 지급에 따른 수혜를 시작으로 이제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 4월 기준으로 9.4%까지 올랐다. 다가올 여름에는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달러 약세를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는 자산 인플레이션은 금·은·석유·농산물 등 원자재의 시세를 끌어올리고 있다. 원자재를 수출하는 신흥국가의 부(富)가 증가함과 동시에 한국의 에너지·소재 기업의 이익은 구조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미개발된 자원 보유국의 플랜트 투자 확대로 한국 건설업체를 비롯한 산업재의 기초체력도 좋아지고 있다.

또한 신흥국 시장의 내수 성장과 선진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정보기술(IT) 경기도 자극한다. 자동차·에너지·소재·산업· IT 등 한국 증시 시가총액의 70%를 차지하는 기업이 과거에 보지 못했던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과 산업 포트폴리오는 이번 세계 경제 환경과 너무나 궁합이 잘 맞는다. 다만 하반기엔 환율에서 불리해지고(원화 강세), 정부 지출 여력도 감소할 수 있어 어느 때보다 기업의 경쟁력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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