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스포츠계에 난드롤론 파문 확산

중앙일보

입력

세계스포츠에 근육강화제의 일종인 `난드롤론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난드롤론(Nandrolone)은 근육강화제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계의 복용금지 약물로 최근들어 마치 전염병처럼 빠르게 번지고 있다.

'92바르셀로나올림픽 남자 100m 우승자 린포드 크리스티(영국)와 여자단거리스타 멀린 오티(자메이카), '98호주오픈 테니스 챔피언 페트르 코르다(체코), '98월드컵축구 우승국인 프랑스의 공격수 크리스토퍼 뒤가리 등 숱한 월드스타들이 난드롤론의 `덫'에 걸려 희생됐다.

이런 와중에 9일(한국시간) 영국육상경기연맹은 "우리도 믿기지 않지만 남자 400m 대표인 마크 리차드슨의 약물검사에서 난드롤론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발표한데 이어 일부 언론들은 "리차드슨 말고 몇 명 더 있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4년전 애틀랜타올림픽 1,600m계주에서 은메달을 땄던 리차드슨은 올 시드니대회에서 영국의 몇 안되는 메달 후보이자 난드롤론에 희생된 4번째 영국선수란 점에서 충격이 더했다.

영국은 크리스티를 비롯, 유럽선수권대회 남자 200m 우승자 더그 워커, 남자허들 400m의 개리 카도간 등 불과 1년사이에 4명의 국가대표가 똑같은 약물로 중도하차했다.

문제는 난드롤론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들 모두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법정투쟁까지 불사한다는 것.

크리스티 등 영국선수 3명과 오티의 경우 끈질긴 투쟁 끝에 자국연맹의 무혐의판정을 받는 등 대부분 구제되고 있는 추세다.

'88서울올림픽때 벤 존슨(캐나다)처럼 거의 모든 선수가 양성반응이 나올 경우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결국 잘못을 자백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유독 난드롤론 만큼은체내에 오래 남아있지 않는 관계로 선수들을 쉽게 굴복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대해 김명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 소장은 "선수들의 결백주장은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김 박사는 "난드롤론은 요즘 인기인 단백질 영양제에 포함돼 있다"며 "복용후 거의 한달만에 체내에서 빠져나가는 `장점'이 경기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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