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한강 보는 값 최고 2억70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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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73평형의 경우 한강이 잘 보이는 아파트의 기준시가는 18억7200만원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같은 층이라 하더라도 16억150만원을 기록했다. 17%(2억705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 것이다. 이처럼 강.바다.골프장이 보이는지에 따라 아파트값은 수억원까지 차이가 난다. 또 아파트 거실이 남쪽을 향했는지, 아파트에서 소음이 많이 들리는지도 아파트값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런 사실은 본지가 국세청이 지난 2일 발표한 아파트와 대형 연립주택(50평 이상) 등 공동주택에 대한 기준시가를 정밀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국세청은 기준시가를 발표하면서 조망.방향.소음 등 환경요인을 기준시가 산정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는 '로열층'으로 불리는 중층과 상층.하층 등 3단계로 나눴지만 올해는 환경요인을 감안해 6단계로 세분화했다.

국세청이 이번에 공시한 기준시가에 따르면 대체로 ▶조망권은 아파트값의 10~20% ▶ 방향은 4~10% ▶소음은 1~3% 안팎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파트값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조망.방향.소음 순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 조망권이 가장 큰 변수=서울 구의동의 현대프라임아파트도 67평형의 경우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가 보이지 않는 아파트보다 10%(7600만원) 비싼 8억3600만원이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골프장(그린) 조망권'도 1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경기도 용인 죽전지구 자이아파트(59평형)는 한성골프장이 잘 보이는 11층 이상은 5억원대인 반면 10층 이하는 4억원대에 불과했다. 이 아파트 101동의 경우 3층은 4억1800만원이었지만 17층은 5억2000만원으로 1억200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골프장이 잘 보이는지에 따라 아파트값이 24%까지 벌어진 셈이다.

바다 조망권도 아파트값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부산시 남천동 삼익비치(34평형) 10층의 경우 지난해 기준시가는 9100만원으로 같았다. 하지만 올해 기준시가에서는 해운대 앞바다가 보이는지에 따라 가격차가 벌어졌다. 같은 10층이라도 바다가 보이는 동의 아파트는 기준시가가 1억850만원인 반면 그렇지 않은 아파트는 9450만원이었다. 아파트값의 14.8%를 '바다'가 좌우한 셈이다.

◆ 방향과 소음의 영향도 크다= 한국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좋아하는 남향의 경우 다른 향보다 대체로 4~10% 비쌌다. 서울 대치동 우성1차(31평형)는 남향인 아파트가 4억8500만원으로 동.서향 아파트보다 2400만원 비쌌다.

한강변 등 전망이 좋은 곳이 아니라면 도로변보다는 단지 중간에 있는 아파트가 더 인기 있었다. 소음이 아파트값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서울 암사동의 선사현대(34평형)는 도로변에 있는 아파트보다 단지 중간에 있는 아파트가 2.2%(700만원) 더 비쌌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아직 조망.방향.소음 등에 따라 아파트값을 체계적으로 매기는 기준은 없다"며 "이러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아파트값을 결정한다 "고 말했다. 안 팀장은 "하지만 조망.방향.소음 등의 요인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아파트값이 높지는 않다"며 "아파트 입지, 주변 환경, 학군 등도 주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강과 남산이 보이는 신당동의 한 아파트가 강남의 같은 평형대 아파트보다 값이 덜 나가는 것은 환경 이외의 요인도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어떻게 조사했나=국세청은 방향.조망.소음 등이 반영된 기준시가 산정 기준안을 마련한 뒤 전문 가격산정기관인 한국감정원에 평가를 의뢰했다. 감정원은 인터넷이나 개별 부동산업체 등을 통해 시세 정보 등을 확인한 뒤 이를 토대로 개별 아파트의 값을 산정했다. 기준시가는 시가의 70~80% 선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올해부터 기준시가를 재산세 과표로 활용하다 보니 보다 정밀하게 조사했다"며 "월말까지 가봐야겠지만 아직까지는 이의를 제기하는 공동주택 소유주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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