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식히며 에너지 축적하는 기간 조정 나타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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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호 24면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래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제발전의 주된 동력은 수출과 부동산이었다. 이는 주식시장에도 투영돼 시가총액에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시대별로 주력 수출산업이 변하면서 시가총액 순위에 큰 변화가 있었다. 1970~80년대 종합상사와 건설, 80~90년대 전자와 자동차, 그리고 2000년대 이후로는 자동차와 석유화학 등이 각각 주력 수출산업이었다. 이들 업종이 어김없이 시가총액 상위에 오르곤 했다.

시장 고수에게 듣는다

다음으로 도시화와 산업화의 진전으로 지가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이를 반영한 시가총액의 변화가 있었다. 한때 부동산 경기의 활황을 반영해 건설이나 건자재 산업의 시가총액이 크게 증가했다.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유통·운송업종처럼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곳의 주가가 크게 오르기도 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저금리와 함께 부동산 금융이 활성화되면서 일부 금융 업종의 시가총액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동산과 관련된 주제가 더 이상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연 이것이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만약에 그렇다면 어디에서 연유된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인구 구조의 변화, 투자의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재의 높은 지가 수준, 그리고 대규모 토지 투자를 수반하지 않는 산업구조로의 변화 등으로 짐작하건대 근본적인 변화가 생긴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 이는 최근 시가총액의 추이에도 반영돼 해외 건설을 제외한 건설주 비중이 눈에 띄게 축소됐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금융의 비중이 커진 금융주 역시 추세의 근본적 전환에 따른 우려감으로 그 비중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수출 분야에서 구조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계속 커 나갈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해 투자해야 한다. 반면 지극히 부진한 부동산 경기의 영향에 있는 기업들을 잘 골라 피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5월 들어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우선 코스피지수가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한때 10%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다. 기존 주도주들은 장기간의 상승세에 따른 수요 집중의 후유증으로 상당히 큰 폭의 가격 조정을 받았다. 6월 말로 예정된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QE2) 종료를 의식해 미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섰다. 여기에다 신용도가 나쁜 유럽 몇몇 국가의 신용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달러화가 더 강해진 것이 증시 조정의 첫째 이유로 꼽힌다. 이는 달러화 약세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원유·금 등 상품 가격의 약세를 가져왔다. 아울러 전반적으로 위험 회피 성향을 높여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의 주식 대량 매도로 이어졌다.

사실 그동안 주도주들의 초강세 이면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증가로 증시 내 자금이 풍부했고, 원유가격 강세로 이익이 증가하는 등의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증시 여건이 극적으로 바뀌면서 주가의 흐름도 뒤바뀔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성장 동력인 중국에서 인플레 우려로 긴축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소비 등 일부 경제지표마저 둔화되고 있다. 이 또한 증시 무기력의 원인이다.

이렇게 볼 때 증시는 상승 모멘텀의 부재 속에 오히려 단기적으로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당분간 조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시장 전체는 물론 주가가 많이 상승했던 주도주조차 밸류에이션이 그다지 높지 않고 아직까지는 업황이 좋다. 따라서 주가가 크게 하락하기보다 그동안의 과열을 식히며 다시 상승 에너지를 축적해 가는 기간 조정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사이 중국의 인플레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긴축 철회 시기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또 미국 기업들의 고용과 투자 증가가 QE2 종료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는지를 보면서 시장의 재상승 재개 시기를 가늠해 봐야 한다. 아마 중국의 인플레 관련 지표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7월께가 돼야 시장은 재상승의 실마리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헤지펀드가 풍부한 국내 유동성의 물꼬를 증시로 트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크다. 최근의 불확실성만 완화된다면 기업 실적이 여전히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본적으로 낙관적인 관점에서 시장에 접근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번 조정기에 구조적으로 수출이 늘어날 수 있는 기업들을 잘 선별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강신우(51) ‘펀드매니저 1세대’로 통한다. 1991년부터 펀드매니저의 길을 걸었다. 99년 현대투신 ‘바이코리아’ 펀드 신화의 주인공이다. 2005년부터 한국투신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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