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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동맹이 필요한 까닭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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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호 34면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한·일은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협정에 관한 한 애매한 상태다. 일본에서 두루 의견을 들어본 내 결론은 이명박 대통령과 간 나오토 총리가 공식적인 동맹을 추구하느라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에 대한 한국의 적대감은 사실 극복되기가 어렵다. 역사의 그늘은 오늘날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곤 한다. 한국은 일본의 지진 이후 가장 먼저 구조대를 파견했다. 하지만 일본 교과서의 독도 기술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인들의 구호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을 지속적으로 주장하지만 보통의 일본인들은 큰 관심이 없다. 대부분은 지도에서 독도를 찾아내지도 못할 것이다. 오키나와 관광국 직원에게 한국인들이 자유롭게 독도를 드나들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자 깜짝 놀랐다. ‘일본 민간인들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에 들어갈 수 없다’면서 말이다.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 작은 바위섬에 매달리는 일본인은 얼마 안 되는 숫자다. 내 강연을 듣는 일본인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었다. 만약 독도가 일본의 것이라는 희망 없는 주장을 철회한다면 한국과의 친선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독도 포기가 북방 영토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힘을 뺄까 우려하고 있다. 게이오대학의 소에야 요시히데 교수는 진짜 이슈는 일본 국내 정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익을 달래줘야만 한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한국 음식과 TV 드라마, 소녀시대에 열광한다.

만약 상호 불신이 더 이상 한·일 관계의 장애물이 아니라면, 양국이 동맹을 추구해야 할 세 가지 이유가 생긴다.

먼저 중국과 북한이 점차 호전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지난해 남한을 두 번 공격했고, 중국도 한국·일본의 영해에 선박을 보냈다. 김정일은 지난해 이후 세 번이나 중국을 방문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이는 중·북이 영원한 동맹임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불행히도 동북아에서 냉전은 현재진행형이다.

한·일동맹이 이뤄져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미국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문에 미국 정부는 과다한 군비 지출로 휘청거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 6000명의 생명과 수십억 달러의 대가를 치른 두 개의 전쟁을 이어받았다. 워싱턴이 한국·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을 줄이면서 더 많은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힘 빠진 미국에만 매달리다간 중국의 점증하는 위협을 확실히 막기 힘들다.

지난해 말 워싱턴에서는 한·미·일 외무장관 회담이 열렸다. 여기서 오바마 정부는 한·미·일 3자 협력을 위한 공식적 체계를 만드는 데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빌 클린턴 정부와 상반된 모습이다. 한국과 일본이 직접 팔을 걷어붙여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한·일 양국의 정상은 이런 역할을 할 적임자들이다. 일본 민주당 정권은 한국에 보다 우호적으로 다가서고 있다. 간 총리는 취임 후 한국에 사죄했을 뿐 아니라, 일제 강점기에 약탈해 간 1205점의 조선왕실의궤를 반환키로 했다. 또 논란의 중심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 방문도 하지 않았다.

한·일동맹의 이니셔티브는 한국이 쥐고 있다. 대지진과 원전 누출 사고의 재난 극복에 여념이 없는 일본은 그럴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향후 방일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군수물자 지원과 군사정보 교환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지난 1월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아시아 최대 동맹국인 한·일 양국이 서로의 가장 절친한 친구가 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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