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과학고 이전 논란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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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교육청이 경산시에 '첨단과학고'(가칭)를 설립키로 하자 포항시와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포항시에 있는 '경북과학고'가 폐교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경북과학고는 첨단 과학도시인 포항의 상징"이라며 "폐교는 절대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첨단과학고 설립=도교육청은 ㈜새한이 경산시 갑제동에 건립중인 고교를 첨단과학고로 바꿔 2007년 3월 문을 열기로 했다. 새한 측은 옛 한국조폐공사 사택 터인 이곳에 학교를 짓던 중 경영난으로 공사를 중단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새한 측이 앞으로 학교를 완공해 교육청에 기증하면서 특수목적고로 활용해 달라고 요청해 와 첨단과학고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첨단과학고는 학년당 4~6학급(학급당 인원 20명)에 전교생이 240~360명으로 물리.화학.생물 등 기초과학 분야와 생명과학.초정밀공학.환경공학 등 응용과학 분야의 학과를 설치한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방침이다. 새한 측은 기숙사와 체육관.강당.도서관을 짓고 27억원 상당의 각종 실습기자재를 들이는 등 3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도교육청이 첨단과학고를 설립하는 것은 포항에 있는 경북과학고로는 과학 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993년 개교한 포항시 용흥동의 경북과학고는 전교생 108명의 소규모 학교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터(3400평)가 좁아 교육시설을 확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8월 경북과학고를 포항시의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이전 장소를 찾아 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포항시가 6곳의 이전 예정지를 제시했으나 학교가 들어서기에는 부적합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측은 "경북과학고를 영재교육원으로 변경하는 것을 포함해 활용 방안을 내년 중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반발=이 사실이 알려지자 포항시의 정성태 경제산업국장 등 관계자들이 도교육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는 "학교 이전 부지를 물색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는 마당에 한 마디 상의없이 과학고를 경산으로 이전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포항지역발전협의회(회장 이대공)도 경북과학고 경산 이전 반대 건의문을 지난 12일 경북도교육감과 포항시장에게 제출했다.

협의회는 "도교육청이 부지난을 이유로 과학고를 이전하려는 것은 포항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이른 시일 안에 터를 찾아 포항의 새로운 부지에 학교가 신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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