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도살자’ 믈라디치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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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보스니아 내전(1992~95) 당시 이슬람 교도 8000여 명을 학살하는 등 인종 청소를 주도한 ‘발칸의 도살자’ 라트코 믈라디치(Ratko Mladic·68·사진) 전 스르프스카공화국 참모총장이 16년의 도주 생활 끝에 체포됐다. 보리스 타디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26일 “믈라디치가 세르비아 당국에 붙잡혔다”며 “조만간 유엔 전범재판소에 인도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믈라디치는 밀로라드 코마디치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다.

 믈라디치는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 재판을 받다 감옥에서 2006년 사망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 2008년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전 스르프스카 공화국 대통령 라도반 카라지치와 더불어 보스니아 내전 3대 전범으로 꼽힌다. 그는 95년 반인도주의와 인종 청소, 살인 등의 혐의로 ICTY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세르비아 정부는 지난해 10월 믈라디치 소재에 대한 정보 제공 대가로 지급하는 상금을 100만 유로에서 1000만 유로(약 154억원)로 올렸다. 미 국무부도 500만 달러(약 54억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믈라디치의 체포가 확인되면 세르비아의 유럽연합(EU) 가입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르비아는 2008년 EU 가입을 위한 첫 단계인 안정제휴협정(SAA)을 맺었으나 유럽 주요 국가들은 “믈라디치를 체포해 ICTY에 인도하기 전에는 SAA의 발효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반발하고 나선 바 있다. 유럽 국가들은 세르비아가 그동안 믈라디치를 보호하고 있다고 의심해 왔다.

남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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