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자살한 경산 공무원, 검사에게 폭행당한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대검 감찰본부는 지난달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자살한 경산시청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해당 공무원 조사를 담당한 대구지검 최모(35) 검사를 폭행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26일 밝혔다. 감찰본부는 “최 검사가 김씨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검찰총장에게 해당 검사에 대한 징계를 건의했다. 홍지욱 감찰본부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산시청 김모(당시 54세)씨의 행적과 여러 정황을 조사한 결과 최 검사의 폭언과 폭행사실을 기록한 김씨 유서에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대검은 곧 감찰위원회를 연 뒤 법무부에 최 검사에 대한 징계를 청구할 방침이다. 또 고인이 남긴 유서 진본을 압수해 재검토하고 강제 수사를 통해 최 검사의 혐의를 확인하기로 했다. 감찰본부는 그러나 최 검사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김씨를 조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경산시청 5급 공무원인 김씨는 인사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올해 초부터 대구지검 특수부의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1일 뇌물수수·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적용해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김씨는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지난달 4일 오전 경산시의 한 체육공원 창고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김씨가 검사에게 폭행을 당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유족들이 공개한 김씨의 유서에 “수사과정에서 뺨을 세 번이나 맞고 가슴도 맞았다.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김준규 검찰총장의 지시로 감찰이 시작됐다.

 감찰본부 발표에 대해 최 검사는 강하게 반발했다. 최 검사는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증거가 아닌 정책적 판단으로 검찰이 조직을 위해 일해 온 사람을 버렸다”며 “어떤 피의자에게도 폭행이나 욕을 한 적이 없는데 한순간에 조직에 누를 끼친 죄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나눠준 A4용지 3장가량의 글을 통해 자신의 성장과정과 어려웠던 가정환경, 가족 사항 등을 일일이 밝히며 자신의 결백을 강조했다. 최 검사는 “허위 유서 한 장 때문에 조직의 미운 오리새끼가 됐다”며 “죽음으로 결백을 입증하고도 싶었지만 아들과 아내, 부모님이 생각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했다.

최선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