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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무르익은 노래들, 장재인이 스무 살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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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슈퍼스타 K2’ 출신의 ‘보통 영웅’ 장재인이 프로 가수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새 출발에 앞서 “인격은 그대로 음악에 나타난다. 내가 나를 잘 다스려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김태성 기자]

그날 아침, 그는 이런 글을 적었다. ‘마음을 잘못 먹으면 거만해질 수 있다. 나를 잘 다스리자.’

 24일 생애 첫 쇼케이스를 마친 다음 날이었다. 프로 가수로 첫걸음을 내딛는 스스로에게 건네는 당부였다. 이제 갓 스무 살. 어른들의 세계에 서둘러 들어온 듯한 이 여자, 장재인이 가수로서 스타트 라인을 떠났다.

 26일 데뷔 앨범 ‘데이 브레이커(Day Breaker)’를 발표했다. 전체 수록곡 5곡을 자신이 작사·작곡한 앨범이다. 지난해 ‘슈퍼스타 K2’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포크는 물론, 솔·발라드 등 장르를 넘나드는 매끈한 음악이 늘어선 수작이다. 특히 스무 살의 감성이라고 하기엔 퍽 무르익은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음악과 가사만으론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어디선가 깔깔대는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며 장재인이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제 CD 들어보셨어요? 어땠어요?” 마주 앉자마자 재잘대는 소리. 그래, 천생 스무 살이구나. 이제 막 출발선을 떠난 이 스무 살짜리의 음악은 그러나, 한바탕 수다로 넘겨버릴 수가 없다. ‘슈퍼스타 K2’ 출신으로서의 후광을 싹 걷어내고, 다만 음악에만 집중한 흔적이 읽힌다.

 “데뷔 앨범이요? 정말 자신 있어요. 성격상 앨범에서 한 곡이라도 마음에 안 들었으면 사람들한테 들어보라고 권하질 못해요. 그런데 지금은 앨범 꼭 들어보라고 곳곳에 얘기하고 다니거든요. 그만큼 만족도가 높아요.”

 실제 첫 앨범이라고 하기엔 제법 단단한 음반이다. 비틀스 노래 제목만으로 가사를 꾸민 ‘아이 러브 폴’, 서늘한 발라드 선율이 도드라지는 ‘추억은 수채화처럼’ 등 미끈하게 조각된 음악으로 빼곡하다.

 타이틀곡 ‘장난감 병정들’은 복고풍 댄스 리듬을 택했다. 경쾌한 리듬에 장재인의 말캉한 음색이 올라탔다. 장난감 병정들에 빗대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세상을 비꼬았다.

 “저는 어려서부터 어딘가 다른 아이였어요. 다른 친구들이 아이돌을 쫓아다닐 때 집에서 책 읽고 팝 음악 듣고…. 그래서 따돌림도 좀 당했었죠. 개성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뜻에서 노래를 만들었어요.”

 실제 지난해 ‘슈퍼스타 K2’에 장재인이 등장했을 때도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바닥에 주저앉아 기타 치는 모습부터 독특한 음색까지 사람들의 논평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불편한 말을 감수하면서까지 ‘슈퍼스타 K2’에 왜 도전했을까.

 “제 꿈은 늘 메이저 가수였어요. 대중의 사랑을 받는 가수가 목표였죠. 사람들이 많이 듣고 사랑해주는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슈퍼스타 K’는 호기심 때문에 그냥 한번 도전해본 거였는데…. 프로그램도 대중도 제 개성을 많이 인정해줬다고 생각해요.”

 ‘슈퍼스타 K’ 덕분에 그의 인생은 완전히 뒤집혔다. 홈페이지에 ‘셀카’만 올려도 화제가 될 정도였다. 돈도 좀 벌어서 거실이 딸린 투 룸으로 이사도 갔다. 그러나 사적인 얘기까지 노출되면서 불편한 것도 적지 않았다. “소소한 내 주변 이야기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지는 걸 보면서 ‘내가 아직 가수로서 입지가 많이 부족하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얼마 전 그는 혼자서 기타 하나 메고 거리 공연을 펼쳤다. 비 내리는 서울 홍익대 앞 거리였다. “문득 거리에서 노래를 하고 싶었다. 그곳이 내가 음악을 익혔던 곳이니까”라고 했다. ‘스타’ 장재인을 알아본 사람들이 몰려와 인근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도 안다. 지금의 스포트 라이트는 ‘슈퍼스타 K’가 만들어준 일시적인 것이란 것을. 그는 “스타로 주목 받는 것보다 쟁쟁한 한국 싱어 송라이터의 계보를 잇는 뮤지션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옹골찬 데뷔 앨범을 들어보니, 그리 장대한 꿈으로만 보이진 않는다. ‘슈퍼스타 K’ 심사위원 윤종신의 말을 곱씹어본다. “장재인양을 누가 잡죠?”

글=정강현·이지상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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