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포뮬러 원(F1) 모나코 그랑프리가 열린 모나코의 몬테카를로 서킷. ‘F1의 보석’으로 불릴 만큼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모나코 그랑프리는 몬테카를로의 도심과 해변의 공공도로를 개조해 열리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몬테카를로=게티이미지]
전 세계 모터 스포츠 팬들의 가슴을 엔진처럼 뜨겁게 만드는 주말이 시작됐다. 세계 3대 모터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인디 500 레이스와 포뮬러 원(F1) 모나코 그랑프리(GP) 결선이 29일(현지시간) 각각 미국과 모나코에서 벌어진다.
◆세계 최고·최대의 이벤트 인디 500=예일대 출신으로 다재다능했던 배우 폴 뉴먼은 드라이버로 활약할 만큼 뛰어난 운전 실력을 자랑했다. 뉴먼은 세계적인 내구 레이스 대회인 ‘르망24’에 출전해 2위에 오르는 등 각종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나중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레이싱팀도 만들었다. 그가 이렇게 모터 스포츠에 빠져든 것은 1969년 개봉한 영화 ‘위닝’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뉴먼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의 배경이 바로 인디 500이다.
인디 500은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대회 ‘나스카’와 쌍벽을 이루는 ‘인디카 시리즈’ 중 가장 큰 대회다.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열리며 500마일(약 805㎞)을 달린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생겼다. 1911년 시작해 올해로 100년을 맞았다. 매년 남북전쟁 전사자 추모일인 ‘메모리얼 데이(5월 마지막 월요일)’ 하루 전 일요일에 개최된다.
인디 500은 F1 시리즈에 비해 전체 규모에서 밀리지만 단일 대회로는 최고의 모터 스포츠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2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인디애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가 가득 차고 경기장 밖 관중까지 합치면 40만 명이 몰려든다.
인디 500에 출전하는 스콧 딕슨이 불꽃을 내며 연습 주행을 하고 있다. [인디애나폴리스 AP=연합뉴스]
대회 상금 역시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총상금은 약 1359만 달러(약 148억원)였고 우승자 다리오 프랜치티(영국)는 275만 달러(약 30억원)를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38세의 베테랑 알렉스 타글리아니(캐나다·샘 슈미트 모터스포트)가 가장 앞에서 출발하는 폴 포지션을 차지해 생애 첫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인디 500은 F1과 마찬가지로 타이어가 바깥쪽으로 나온 포뮬러 차량을 쓰지만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우선 인디 500은 구불구불한 F1 서킷과 달리 타원형의 오벌(트랙)을 돈다. 코너가 적다 보니 평균 시속이 300㎞대에 이른다. F1은 시속 200㎞가 채 되지 않는다. F1이 팀마다 다른 회사의 엔진을 쓰는 것과 달리 인디 500은 한 회사 제품을 쓴다는 점도 색다르다. 우승 세리머니 때 샴페인을 터뜨리는 대신 챔피언이 우유를 마시는 전통도 있다.
◆F1 최고의 대회, 모나코 GP=27일 개막해 29일 결선을 치르는 모나코 그랑프리는 ‘F1의 보석’으로 불릴 만큼 전통과 권위가 있는 F1의 상징이다. 모나코 GP는 모나코의 한 구역인 몬테카를로의 도심 한복판과 해변의 공공 도로를 개조해서 열리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해마다 그랑프리가 열리기 몇 달 전부터 시내 도로가 서킷으로 바뀐다. 도로 근처에서 경주를 볼 수 있는 곳들의 임대료가 크게 치솟기도 한다.
시가지를 무대로 하기 때문에 도로 폭이 좁고 터널이 있어 사고 위험이 크다는 것 또한 변수다. 지난해에도 위험요소가 발생했을 때 대열을 이끄는 세이프티 카가 네 차례나 등장했으며 24명의 드라이버 중 9명이 중도 탈락했다. 올해 열린 다섯 번의 그랑프리 중 네 번을 휩쓴 제바스티안 페텔(독일·레드불)과 페텔의 팀 동료이자 지난해 챔피언인 마크 웨버(호주)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김효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