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 우리가 지킨다” … 패트롤맘이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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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B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여느 때처럼 스무명 남짓한 엄마들이 서성이고 있다. 아이들을 직접 집에 데려가려고 기다리는 중이다.

“교문 앞길이 이렇게 경사가 심하고, 차도랑 인도 구분도 안 돼 있어서….” 한 엄마가 말했다. 혹시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 때문에 수업 끝나는 시간에 맞춰 거의 매일 나온다고 했다. 다른 엄마들도 다 그런 이유로 나온 저학년생 학부모들이다. 한데 이날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다. ‘패트롤맘’이 뜬 날이라서다. 녹색 투피스 제복을 입고 교문 앞에 서 있는 네 명의 아줌마들이 그들이다. 마치 여자경찰관 비슷한 복장에 손엔 빨간색 안전봉을 들었다.

지난 17일 오후 패트롤맘 봉사자들이 서울 서초구 B초등학교 앞에서 1·2학년 학생들의 하굣길 안전지도를 하고 있다. 두 아이의 손을 잡은 이가 패트롤맘 중앙회장 진영아씨. [김진원 기자]

수업이 끝나고 나오는 1·2학년 어린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로 주변이 금세 소란해진다. 동시에 제복 엄마들도 바쁘게 움직인다. ‘하굣길 안전지도’가 시작된 것이다. “얘들아, 뛰지 말고 조심조심-.” 내리막길을 뛰는 아이들을 타이르고, 1학년 코흘리개들은 직접 손을 잡고 경사가 끝나는 곳까지 오르내린다. 한꺼번에 아이들이 몰려 나오면 두 줄로 질서 있게 걸어 내려가도록 했다. 이날 이곳에 온 네 명은 서초구지회에 속한 지역패트롤맘 2명(패트롤맘은 해당학교에 자녀를 둔 ‘학교패트롤맘’과 그렇지 않은 ‘지역패트롤맘’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중앙회장인 진영아(45)씨와 고나현(48) 부회장이다. 진 회장과 고 부회장은 평소에 현장 봉사를 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날 땐 이렇게 순회를 다닌다.

“처음엔 경찰인줄 알았어요. 우리 애들을 위해 이렇게 수고해주시니 참 고맙지요.”(1학년 손자를 데리러 온 김영숙 할머니)

“안전하게 지켜주셔서 고마워요, 옷도 멋있어요.”(2학년 정다혜양)

“아줌마가 손 잡고 큰 길까지 데려다 줬어요. 좁은 길에서는 가장자리로 걸으면서 뒤도 한번씩 돌아보래요.”(2학년 서윤희양)

“빨리 집에 가려고 뛰어가다 넘어지면 다른 애들도 같이 다칠 수 있대요. 조심조심 다녀야 겠어요”(2학년 이연우군)

 지난해 1월 “우리가 범죄와 사고로부터 아이들을 직접 보호하자”며 엄마들이 결성한 패트롤맘은 이제 이렇게 낯설지 않은 든든한 존재가 됐다. 가사를 하면서 짬을 내 열심히 봉사에 나서는 정성들 덕분이다. 이날 B초등학교로 봉사를 나온 지역패트롤맘 고희숙(53)씨와 이경숙씨(47)는 오후 2시까지 하교지도를 하고, 오후 7시부터 두 시간 동안은 방배동 일대 학원 주변을 순찰했다. “제 딸은 대학교 2학년이예요. 이제 다 키웠으니 봉사할 시간이 많아졌지요. 엄마가 제복입고 아이들 안전 지켜준다니까 자랑스러워해요.” 고씨의 말에 이씨도 “제복을 입으면 우리 아이들을 내 손으로 지킨다는 사명감이 더욱 커진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씨의 딸은 현재 고1이다.

패트롤맘은 그냥 순찰 봉사만 하는 건 아니다. 의무적으로 안전교육지도사 교육을 받고, 인터넷 교육도 받는다. 지난달부터는 원하는 경우 승강기 교육도 받고 있다. 안전지도사 교육과 승강기 교육을 모두 마친 패트롤맘 300여명이 6월까지 1차로 전국의 500여개 초등학교에 파견돼 학생·교사·학부모들에게 안전을 주제로 강의를 할 예정이다. “엄마들의 안전지식이 어린이들의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진영아 회장은 설명한다.

진 회장은 올해 패트롤맘을 10만명으로 늘리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의 1만2000명으로는 많이 부족해요. 그래서 학교를 10~20개로 묶어 요일별로 패트롤맘을 배치하고 있지요. 10만명으로 늘게 되면 학교마다 고정적으로 배치해 훨씬 세심하게 봉사를 할 수가 있어요.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전국의 많은 어머니들께서 함께해주시리라 맏습니다.”

패트롤맘=초·중·고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는 ‘어머니 정찰대’다. 전국 1만2000여명이 활동 중이다. 2009년 9월 서울 송파구를 중심으로 50여명의 어머니가 안전지도 봉사를 하다가 1000명이 모인 지난해 1월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발대식을 가졌고, 지난해 4월에 행정안전부의 인가를 받았다. 봉사자는 홈페이지(patrolmom.org)를 통해 상시 모집 한다. 문의전화 070-7755-5754

글=윤새별 행복동행 기자
사진=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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