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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은 비좁다” 기술개발로 글로벌 브랜드와 한판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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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아웃도어 브랜드는 ‘에델바이스’다. 1966년 등산양말 제조업체인 ‘한고상사’로 출발해 모자·장갑 등 등산용품으로 넓혔다가 아웃도어 전반으로 품목을 확장한 토종 브랜드다.

트렉스타는 유명 모델 한 명 없이 오직 기술력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경쟁하고 있다. 트렉스타 매장에 가면 트렉스타의 이러한 정신이 담긴 아웃도어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트렉스타 제공]

전성기 때 에델바이스는 산악인들이 착용하고 다니는 것을 자랑으로 여길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생산품목을 다양하게 확대하면서 국내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갔다. ㈜에델바이스는 ‘전국 빙벽 등반대회’를 여는 등 우리나라 산악문화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

그러한 에델바이스가 지난해 1월 사명을 ㈜밀레로 바꿨다. 밀레는 1921년 프랑스에서 출범한 브랜드다. 세계 최초로 고어텍스 등산복을 생산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유럽의 대표적인 아웃도어 회사다.

에델바이스의 사명 변경은 우리나라 아웃도어 업계가 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는 웬만한 기술력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물밀 듯이 들어오는 해외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유명 산악인과 연예인을 내세워 광고를 홍수처럼 쏟아붓고 있다. 이들 해외 브랜드에 대항하기 위해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같은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광고와 마케팅의 힘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이 들여온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대기업 유통망을 이용해 시장을 넓히고 있다.

해외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 간에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면서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많이 확장됐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아웃도어 브랜드 시장 규모가 2001년 5200억원에서 2002년 6500억원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6년 1조원을 돌파한 이래 2009년 2조원을 넘었다. 지난해 3조원을 돌파한 뒤 올해는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과 10년 사이 시장이 8배쯤 커진 것이다.

<그래픽 참조>

패션·섬유 유통전문 신문 ‘어패럴 뉴스’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새로 생긴 아웃도어 브랜드 가두매장(대리점)이 1000여 개가 넘는다. 남성복·여성복·캐주얼 가두매장들은 줄어들고 아웃도어 매장들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 아웃도어 시장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시장 팽창은 언제 주춤해질지 모른다는 게 아웃도어 업계의 지적이다.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이 제자리걸음을 하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이 올 경우 한국 아웃도어 브랜드들 가운데 기술력 있는 업체만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해외 유명 브랜드들과 경쟁할 만한 기술개발에 관심을 가진 국내 아웃도어 업체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의 이러한 아웃도어 업계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며 기술개발에 매달리는 곳이 트렉스타다.

통가죽 등산화만 있던 시절에 메시(그물코 직물) 소재로 만든 경(經)등산화를 세계 최초로 만든 것을 시작으로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들에 뒤지지 않는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끈 없이 다이얼로 풀고 죄는 보아시스템을 적용한 신발, 2만 명의 발 모양 정보를 분석한 끝에 인간의 발을 가장 닮은 신발을 만드는 네스핏 기술이 대표적이다. 트렉스타의 기술개발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등산화에만 적용하던 보아 시스템을 바지와 모자에 부착하고, 자동차의 현가장치기술을 접목한 IST(Independent suspension technology) 밑창, 신발의 창에 유리 섬유 조각을 사용해 미끄러짐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 아이스그립 (ICE Grip) 밑창 등을 개발했다.

앞으로 팔 부분에 형상 기억 테이프를 붙여 운동으로 체온이 올라갈 경우 옷의 팔 부분이 저절로 늘어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바이오 셔츠, 스틱 손잡이에 온도계 기능 필름을 붙여 주변 온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온도인식 스틱 등도 내놓을 계획이다.

신발을 묶고 푸는 데 손을 쓸 필요가 없이 자동으로 발에 맞게 신발 끈이 조절되는 장치인 핸즈프리(Hands Free)시스템도 마무리 단계다. 신발 끈 중앙에 있는 손잡이를 잡아당겨 신발을 조인 뒤 옆 고리에 끈을 고정하면 되는 퀵레이싱 시스템도 곧 공개된다.

이처럼 트렉스타는 한 가지 기술을 개발한 뒤 여러 품목에 적용하는 기술 융합을 통해 새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 모델 한 명 없이 오직 기술개발로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트렉스타를 찾아간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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