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지분 많은 관계사에 일감 더 몰아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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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웅진그룹의 건물관리 회사인 경서TNR은 회사 지분 100%를 총수가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2008년 매출 16억원은 모두 그룹 관계사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반면 현대백화점 그룹의 한무쇼핑, 코오롱아이넷, 대림그룹의 삼호 등은 총수 일가의 지분이 각각 4.58%, 0.73%, 0.02%다. 이들 회사의 관계사 매출 비율은 각각 2.1%, 0.7%, 8.9%에 지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실은 24일 이런 내용의 ‘38개 재벌기업집단 일감 몰아주기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발표한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이 제한되는 기업집단의 총수가 있는 38개 기업집단 중 일감 몰아주기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부동산관리 및 임대업 ▶운송 및 무역업 ▶시스템통합 등 전산 ▶광고업 등 4개 업종을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 실태를 전수 조사했다. 감사보고서 등을 통해 지배주주의 지분 확인이 가능한 총 66개 기업의 2000~2010년 전체 매출액 및 특수관계 법인과의 거래액 및 그 비율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총수 일가 지분의 평균은 44%, 전체 매출액 중 57%가 관계사 매출이었다. 총수 일가의 지분이 많은 기업집단은 관계사 매출 비율도 높았다. 총수 일가의 지분이 50% 이상인 기업은 관계사 매출 비율이 66%였다. 특히 총수 일가의 지분이 100%인 두산 동현엔지니어링, 태광 티알엠, GS 코스모앤컴퍼니는 관계사 매출 비율이 각각 82%, 95%, 90%에 달했다.

반면 총수 일가 지분이 50% 미만인 기업은 관계사 매출 비율이 52%였다. 총수 일가가 46.04% 지분을 보유한 삼성에버랜드는 관계사 매출이 41%에 달했다. 총수 일가 지분이 43.08%인 SK그룹 이노에이스시스템은 관계사 매출이 90.9%였다. 

 이정희 의원은 “총수 일가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관계사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38개 기업집단에 속해도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외감기업)이 아닌 곳은 제외했다. 실제 물량 몰아주기 규모가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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