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신세기통신 인수문제 공정위서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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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문제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토론에 부쳐질 예정이어서 격론이 예상된다.

오는 3일 오후 공정거래위에서 비공개로 열리는 이번 토론에서는 공정위 관계자는 물론 인수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PCS 3사 사장을 비롯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관계자가 참석할 예정이어서 뜨거운 설전을 예고하고있다.

토론회의 쟁점사항으로는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와 관련해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 여부 ▲기업결합의 효율성 증대효과 ▲이동전화사업의 발전전망 ▲차세대 동영상이동통신(IMT-2000) 도입에 따른 이동전화시장의 변화모습 등이다.

아울러 이번 토론에서 주무부처인 정통부와 KISDI측이 어떤 입장을 표명할 것인지, 공정위가 이같은 의견을 토대로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그러나 공정위의 결론은 어느 한쪽으로 부터 불가피하게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만일 공정위측이 SK텔레콤의 손을 들어준다면 PCS 3개사들이 경쟁에 제한을 가하고 시장 효율성을 떨어트리는 기업결합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히 반발할 것이 분명하다.

공정위가 이번 결합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미 포항제철과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전략적 제휴를 택한 SK텔레콤이 통신업계의 구조조정 필요성과 투자비용절감 효과 등을 내세워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진통이 예상된다.

PCS 3개사는 이번 인수로 인해 SK텔레콤이 시장점유율에서 57%, 매출액 기준으로 60%를 차지하게 됐고 최근에도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신규가입자를 `싹쓸이'하고 있다면서 후발업체들은 앞으로 고사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 PCS업체는 시장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갖춘 SK텔레콤이 금명간 단행될 요금인하에서 현재 20% 정도 저렴한 PCS 수준으로 내릴 경우 시장질서가 완전히 깨지고 독주체제를 굳이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PCS 업체들은 SK텔레콤과 경쟁하기 위해 무작정 요금을 내릴 수 없고 설령 내릴 경우 올해부터 겨우 흑자를 실현하려던 계획이 완전히 무산되고 기존 가입자마저 지키기 어렵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결합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완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의 입장은 단호하다. 지금까지 5개 이동전화사가 과도한 가입자 유치경쟁으로 소모적인 마케팅 비용을 지출했고 중복투자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신세기통신과의 결합으로 투자비용절감과 통화품질 제고 등 약 4조원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세계 유수 통신업체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초대형 정보통신업체로 부상하고 있는 추세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번 결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고있다.

또 신세기통신과의 결합으로 인해 시장질서가 안정을 되찾고 앞으로 기술개발과 서비스 향상에 보다 집중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이득이 돌아갈 것이라고 SK텔레콤은 설명하고 있다.

양측의 이같은 팽팽한 의견대립에 대해 정통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하는데 대해 정부가 관여할 일은 아니지만 공정한 경쟁체제를 해치거나 공정경쟁 기반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올 경우 결국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경쟁체제와 공정경쟁에 해를 미칠 경우 결국에는 국민들에게 부담을 안겨다 줄 것이라고 거듭 지적하면서 이번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간의 결합에 대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후 결정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와 관련, 시장점유율이 승용차 56%, 트럭 95%, 버스 74%로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성 추정조항에 해당되고 신규사업자의 진입이 곤란한 점, 해외경쟁의 도입정도도 미약한 점을 고려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로 판단 내린바 있다.

그러나 당시 기아가 지급불능상태인 법정관리에 놓여 있었고 기업결합말고는 자력으로 회생이 곤란한 부실기업에 해당되고 기업결합에 따른 상호보안과 생산성 증대효과, 물류비용 및 간접비용 절감 등을 인정, 예외조항을 적용해 이를 승인했다.

이와 함께 98년5월 미국 P&G사가 쌍용제지를 인수할때 2위업체인 유한킴벌리(22%)와 격차가 커 시장집중현상이 심화돼 경쟁제한 사항에 해당된다고 판단, 예외조항을 적용하지 않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이 결합하면 시장점유율이 57%, 매출액은 전체 이통시장의 60%를 각각 넘고 2위업체인 한통프리텔은 시장점유율이 18%에 불과해 2위업체와 무려 30% 포인트 가량 차이가 나며 LG텔레콤은 14%, 한솔PCS는 11%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수논쟁은 쉽게 결정내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문제는 이번 토론 과정에서 의견수렴 보다는 논란만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아 공정위와 정통부가 이 `뜨거운 감자'를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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