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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생후 2~3년이 성장에 가장 중요한 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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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뱃속에서 잘 커야 될 아이가 일찍 나오거나, 작게 태어나면 엄마는 애를 태우기 마련이다.

 어느 날 엄마와 3살 된 아이와 함께 검진을 받으러 왔다. 아이는 만삭 일주일전에 2.4㎏으로 출생했다고 한다. 키는 같은 또래 100명중에 98등일 정도로 작은 상태였다. 정밀검진을 해보았지만 큰 이상소견이 안보여 골 연령을 조사했다.

 같은 연령대에 비하여 골 연령이 1세 이상 늦은 게 보이고 보편적인 저 출생 체중아의 성장치료기준에 들어가기 때문에 성장호르몬 치료를 시작했다. 아이는 그 이후 6개월 동안 치료받으면서 100명중에 70등까지 따라가고 있는 중이다.

 성장지연이 보이게 되면 여러 원인에 대하여 다각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한국의 음식문화와 질병패턴 때문에 만성위염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균(H.pyori)이나 결핵 등을 만성적으로 앓고 있는 돌 이전의 아이들이 간혹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성장지연을 보이는 아이에겐 피검사 이외도 이런 감염성 질환에 대한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철분결핍이나 비타민 결핍 등은 잘 알려져 있고 이에 대한 대체식품들도 많이 유통되는 편이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아연결핍 등의 무기질 부족으로 지속되는 습진성 피부질환과 식욕부진 등의 문제가 있는 아이도 있다.

 간혹 저 신장 아이 중 터너증후군 같은 유전질환이 있는 경우도 있으며, 간혹 아이가 중금속에 노출되어 성장지연을 보이는 경우도 있어서 원인을 찾는데 애를 먹은 적도 있다.

 이처럼 병적인 원인이 있는 성장지연의 경우는 거창한 검사보다는 세심한 관심이 아이의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여 정상적인 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으며, 원인을 밝혀내면 성장을 따라잡아 정상적인 성장을 이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문적으론 출생 시 2.5㎏ 이하를 ‘저 출생 체중아’ 라고 한다. 예정일에서 3주 이상 적게 태어난 아이가 대부분이지만 정상적인 주수를 채우고 태어나더라도 ‘저 출생 체중아’로 태어나는 사례도 있다.

 간혹 2.5㎏ 이상으로 태어나더라도 자기 주수보다 작게 태어난 아이라면 성장 따라잡기를 제대로 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출생 시 체중이 적은 아이들은 80% 정도는 6~12개월에 따라잡기 성장을 해 정상 체중아와 신장의 차이를 보이지 않게 된다. 만일 2~3세까지 따라잡기 성장을 하지 못한다면 성인이 되어도 저 신장을 보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성장호르몬 치료를 한다면 최종 성인 키의 증가를 기대해 볼 수 있으며 좀더 효율적인 치료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아이들은 걷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움직임이 많아진다. 학문적으로도 이렇게 움직임이 많고 체중이 늘지 않는 때를 일컬어 catch down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빠른 발달로 인해 성장이 잠시 둔화되는 시기다. 보통은 그런 시기에 밥을 좀 안 먹으려 하거나 몸무게가 정체하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성장이 둔화되는 시기가 ‘저 출생 체중아’ 에서는 어떤 식으로 다가올 것인가? 아이가 손잡고 걷는 시기는 12~15개월 정도이며 ‘저 출생 체중아’ 라고 크게 다르진 않다.

 하지만 정상아의 경우 그때 몸무게가 10㎏ 이 넘는 경우가 많으며 따라잡기에 실패한 ‘저 출생 체중아’ 의 경우는 8~9㎏ 정도다. 즉 8~9㎏ 아이가 많은 움직임을 보이고 안 큰다는 이야기다. 만약 그 아이의 부모 입장이라면 많이 움직이는 아이를 묶어두고 영양제를 매일 맞추고 싶을 것이다.

 아이들은 보통 돌부터 전학동기(7세 이전) 까지 감기에 자주 걸리게 되며 어떤 아이는 일년에 반 이상을 약을 먹으며 사는 아이도 있다. 만약 작은 아이가 다른 아이들처럼 본격적인 감염질환의 반복순환고리에 들어오게 된다면 성장 따라잡기는 점점 힘들어진다.

 즉, ‘저 출생 체중아’ 들도 다른 아이들과 비슷한 성장발달 과정과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에, 작은아이가 계속해서 또래보다 작은 상태로 크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성장 전문가들은 출생체중이 작은 아이가 성장 따라잡기를 돌 이전까지 못한다면 면밀히 관찰을 하고 2세까지 따라잡기에 실패한다면 보편적으로 3세부터는 성장호르몬 치료를 권하고 있다.

 이는 2세까지 성장 따라잡기를 못한다면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작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며 아이의 골 연령을 고려하여 치료의 시작을 결정하고, 이후 성장속도를 바탕으로 약물의 용량 조절과 치료의 종결을 결정하게 된다. 현재는 ‘영유아 검진’을 통해서 아이의 성장곡선상의 위치를 5세까지 무료로 6번 측정할 수 있다. 이때 성장곡선상의 하향을 보이는 아이는 2~3세 전 까지는 감염관리와 영양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만약 이런 세심한 관심과 주의 중에도 아이의 성장지연이 관찰된다면,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되며 입증되지 않은 치료와 대증요법에 현혹되면 안 된다.

 특별한 원인 없이 성장이 지연되는 ‘저 출생 체중아’ 들은 유아기의 기간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따라서 아이들 에겐 ‘영유아 검진’을 비롯한 주기적인 성장체크가 반드시 필요하며 그 치료시기 또한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보단 더욱 이르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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