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려상 받고도 나타나지 않은 맬릭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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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감독’으로 유명한 테렌스 맬릭. 칸영화제 최고의 영예를 안았으나 시상식에 참가하지 않았다. [칸영화제 홈페이지]

제64회 칸 영화제에서 미국 거장 테렌스 맬릭(Terrence Malick·68) 감독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 22일(현지시간) 폐막식에서 맬릭은 브래드 피트·숀 펜이 주연한 ‘더 트리 오브 라이프(The Tree of Life)’로 세계 최고 예술영화제의 정상에 올랐다.

 ‘더 트리 오브 라이프’는 1950년대 미국 남부의 한 가정을 무대로 억압적인 아버지와 인자한 어머니를 통해 인생의 의미와 죽음을 고찰한 작품이다. 할리우드 연기파 스타들을 기용해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반면 우주 창조 과정 등이 다소 장황하게 펼쳐지고 철학적이고 난해한 요소가 많아 시사회장에선 반응이 엇갈리기도 했다.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인 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영화의 규모·중요성·의도, 당신이 그걸 뭐라고 부르든 이 영화는 황금종려상에 적합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맬릭은 하버드대·옥스퍼드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지성파 연출가다. MIT에서 철학을 가르치다 아메리칸필름인스티튜트(AFI)에 입학해 영화를 배웠다. 73년 마틴 쉰 주연 ‘황무지’로 데뷔했고, 리처드 기어가 주연한 ‘천국의 나날들’로 명성을 얻었다. 40년간 장편이 5편밖에 없을 정도로 과작(寡作)이다. 2차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의 의미를 탐구한 ‘씬 레드 라인’(1999)으로 유명하다. 전쟁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얻었고, 베를린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았다.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이날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공동제작자가 대신 트로피를 받았다.

 심사위원대상은 ‘더 키드 위드 어 바이크’의 다르덴 형제(벨기에)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나톨리아’의 누리 빌제 세일란(터키)이 공동 수상했다. 심사위원상은 ‘폴리스’의 마이웬(프랑스)이, 감독상은 ‘드라이브’의 니컬러스 빈딩 레픈(덴마크)이 받았다.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은 각각 ‘멜랑콜리아’(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커스틴 던스트와 ‘아티스트’(미셸 아자나비시우스 감독)의 장 뒤자르댕에게 돌아갔다. 각본상은 ‘풋노트’의 조지프 세더(이스라엘)가 수상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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