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전 총재 뒤엔 '뒤처리 도사' 부인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데일리메일 캡처 (출처=AFP)


성폭행 혐의로 체포됐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국제통화기금) 전 총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대법원에 거액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그의 아내 안 생클레르가 자신의 재산을 털어 보석금을 마련한 덕분이었다. 생클레르는 칸 전 총재가 가택 연금 기간 동안 마음 편히 생활하라고 뉴욕 맨하튼의 고급 아파트를 임대하는 등 사고 친 남편에게 변함없는 내조를 하고 있다.

생클레르는 이번 사건이 터진 초반부터 "남편을 믿는다"며 스캔들에 아랑곳 하지 않았다.칸 전 총재가 경찰에 체포되자 "남편에 대한 혐의가 사실이라고는 한 순간도 생각한 적 없다"고 두둔했고 피해 여성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하겠다며 별도로 조사원(탐정)까지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칸 전 총재와 부하직원 간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도 "하룻밤 사랑(one night stand)은 개의치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랑스 르몽드에 따르면 생클레르는 평소 사람들이 남편의 바람기를 언급하면 이를 부인하며 절교까지 했다고 한다.

생클레르는 TV 앵커 출신으로 프랑스에서는 유명 인사다. 프랑스 방송채널 'TF1'에서 1984년부터 인기 주말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해 스타로 떠올랐다.

지적인 외모와 더불어 그가 가진 막대한 재산도 세간의 관심거리다. 그녀는 미술품 중개상이었던 외조부로부터 유산을 상속받아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지고 있다. 반면 칸 전 총재는 ‘미국 내 은행 계좌에 가진 돈이 고작 100만 달러’란 말이 돌 만큼 부인에 비해 초라한 재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TV프로그램에서 만나 결혼했다. 생클레르는 칸 전 총재의 세 번째 부인이다. 생클레르는 97년 남편이 프랑스 경제장관에 임명되자 내조를 하겠다며 방송계를 떠났다. 남편이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하자 직접 최고의 정치컨설턴트를 발굴하려 발로 뛰기도 했다. 측근들은 생클레르가 수시로 남편을 독려하고 자금을 조달해왔다고 말하고 있다.

르몽드는 생클레르를 '투지와 집념이 강한 여장부'로 묘사하기도 했다. 칸 전 총재와 결혼하기 위해 오랫동안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던 TV 대담프로를 단숨에 포기하고 결혼 후엔 자신이 가졌던 인적 네트워크를 남편에게 넘기는 등 '평강 공주'로 돌변했다는 것이다.

칸 전 총재는 이번에도 아내의 절대적인 신뢰와 보호를 받게 됐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22일 "가택 연금 조치를 당한 그가 부인 덕분에 '황금 새장(golden cage)'에서 살게 됐다"고 비꼬았다.

김진희 기자

알기쉬운 시사상식-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는 세계의 금융위기를 컨트롤하는 '중앙은행'격인 기구다. 쉽게 말하면 환율을 조작해 무역시장을 교란하거나 금융위기와 같은 세계적인 경제난이 닥칠 때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등 전세계 금융시장 안정을 제어하고 조절한다. 97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겪을 때 IMF의 지원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IBRD(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의 공식명칭은 세계부흥개발은행이다. 흔히 세계은행(World Bank)이라고 불린다. 국제연합(UN) 산하기관으로 46년 제2차세계대전 후 각국의 전쟁 피해와 복구, 개발을 위해 설립됐다. 가맹국의 정부나 기업에 융자해 경제 발전을 돕는다. 우리나라로 치면 '산업은행'격이다. 개발도상국에 기술 원조나 융자를 해주는 것을 주 업무로 하는데 한국은 55년에 가입해 70년 대표이사국으로 선임됐다. 한국은 6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근대화 과정에 IBRD의 원조를 받았다. 한국 근대화의 돈줄이었던 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