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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어게인 2002’ … 존슨 미 8군 사령관, 고엽제 조사 직접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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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캠프 캐럴 찾은 존슨 미8군 사령관 21일 경북 칠곡군 미군기지 캠프 캐럴을 방문한 미8군 사령관 존 D존슨 중장, 국방부 국방정책실 국제정책차장 신경준 준장, 환경부 이원석 박사(앞줄 오른쪽부터)가 고엽제가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현장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칠곡=프리랜서 공정식]

경상북도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가 21일 캠프 캐럴 인근의 교육문화회관 지하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칠곡=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위치한 미군 기지 캠프 캐럴의 고엽제 매몰 의혹과 관련해 미8군 존 D 존슨 사령관(중장)이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그는 미군 측 대응 팀장을 맡았다. 지난 19일 전 미군 병사가 캠프 캐럴 기지에 드럼통 250개 분량의 고엽제를 묻었다는 미국 방송의 보도 내용이 국내에 알려진 3일 만에 미군 측은 캠프 캐럴에 대한 한·미 공동 조사에 합의한 것이다. 이런 신속한 대응은 9년 전인 2002년 6월에 경기도 양주에서 훈련 중이던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미선양 사건’의 악몽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미국 측은 사고 두 달이 지난 뒤에야 사과를 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전국적인 반미 촛불 시위를 불렀다. 미국은 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네버 어게인(Never Again) 2002’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미국 측의 움직임에 왜관읍 주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부대 헬기장 주변을 파보니 노란색 드럼통이 나와 깜짝 놀랐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주민 박모(51·택시기사)씨는 1978년 캠프 캐럴 헬기장 인근을 판 적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고교생이던 당시 캠프 캐럴 인근에 살았다. 당시 주민들은 현재 헬기장 주변에 묻힌 C-레이션(미군의 전투식량) 박스를 파내 가곤 했다. 그곳에는 철조망 등 울타리가 없었고 부대 건물과도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박씨는 “그해 여름 친구 3∼4명과 부대 뒷산에서 지켜보니 미군들이 며칠씩 땅을 파고 무엇인가 묻은 뒤 평평하게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좋은 물건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미군이 없는 틈을 타 친구들과 삽과 곡괭이로 땅을 팠다. 박씨는“2m쯤 파내려 가자 노란색 드럼통이 나왔다”며 “순간 방사능 물질이 담긴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덮어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보도를 보니 당시 드럼통에 든 물질이 고엽제일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내용을 칠곡군청과 칠곡경찰서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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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엽제 피해를 의심하는 주민도 나오고 있다. 기지 내 헬기장에서 500여m 떨어진 아곡리 주민들은 2009년 여름 지하수에서 농약냄새가 나 식수용 관정을 새로 뚫었다. 주민 조병용(60)씨는 “세수를 하다 물에서 농약(제초제) 냄새가 나 군청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주민 김모(59·여)씨는 “지하수가 고엽제에 오염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160여 가구 400여 명이 사는 이 마을은 지난 30여 년간 간암·폐암 등으로 20여 명이 숨지고 현재 투병 중인 사람도 6∼7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칠곡군 주민 중 암으로 숨진 사람이 전국 평균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사망원인에 따르면 2005∼2009년 칠곡군의 인구 10만 명당 암 사망자는 138.7∼161.5명으로 전국 평균인 133.8∼140.5명보다 많았다. 부경대 옥곤(환경대기과학) 교수는 “ 고엽제의 유출 여부나 유출량을 따지지 않은 채 암 발생과 연관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칠곡=홍권삼·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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