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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년 된 일본 재래시장 ‘오미초’ 성장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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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일본 가나자와시 중심부에 있는 오미초 시장의 모습. 1층은 농수산물 등을 판매하는 재래시장이며, 시장 통로 좌우 2층엔 푸드코트가 있고 34층엔 문화센터와 주차장이 있다. [가나자와시 제공]


지난달 11일 낮 12시 일본 중부 이시카와(石川)현 가나자와(金澤)시 중심부의 오미초(近江町·おうみちょう) 시장은 시민들과 관광객으로 붐볐다. 비가 내렸지만 지붕이 있어 시민들은 비를 맞지 않고 쇼핑을 할 수 있었다. 185개의 시장 점포엔 대게 등 수산물과 농산물이 가득했다. 이곳은 290년 역사(1721년 설립)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이다. 시민들에게 다양한 먹을거리를 공급한다고 해서 ‘가나자와의 부엌’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이 시장은 단순한 ‘부엌’이 아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가니 음식점들이 늘어선 푸드코트가 있었다. 한 층을 더 오르자 시가 운영하는 문화센터인 ‘교류플라자’가 나타났다. 이곳에선 시민들과 학생들을 위한 각종 강좌가 열리고 있었다. 강의실 옆에는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탁아소가 들어서 있었다. 교류플라자의 미야카케 마사히로(宮風昌宏) 관장보는 “젊은 층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교류플라자를 만들었다”며 “시민을 위한 학습의 장이면서 부모와 어린이가 함께 찾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오미초 시장을 찾은 고객들은 하루 평균 1만5000명, 지난 연말엔 5만여 명이 이곳을 방문했다. 가나자와시의 인구가 45만 명인 것을 감안한다면 적은 수는 아니다.


 오미초 시장 재개발은 2003년부터 추진됐다. 2008년 3월 공사에 들어가 이듬해 4월 문을 열었다. 전체 사업비 56억6000억 엔(약 751억원) 중 34억9000만 엔(약 463억원)을 일본 정부와 가나자와시 등이 보조했다. 나머지 21억7000만 엔(288억원)은 재개발로 짓는 상가시설 등을 분양해 마련했다. 가나자와시가 시장 재개발을 하면서 문화센터와 주차장을 넣은 것은 시장으로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일본은 1990년대 재래시장에 대한 재개발을 추진했다. 시장에 지붕을 얹어 아케이드화하는 등 시설 현대화를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시설을 현대적으로 바꾸는 것만으론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일본 도시샤(同志社)대학 정책학부 강사인 안선희 박사는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도서관이나 복지시설 등 공공시설이 함께 들어서야 한다”며 “누구나 쉽게 시장에 올 수 있도록 교통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필수”라고 말했다. 오미초 시장은 새로 지은 건물 3·4층에 276대 규모의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가나자와시 구석구석을 지나는 100엔(1327원)짜리 ‘플랫버스’ 4개 노선 중 3개가 오미초 시장을 지난다. 오미초 시장의 생선가게와 교류플라자를 자주 이용하고 있다는 미쿠니 나루코(三國成子)는 “재개발로 버스정거장이 넓어져 시장에 오기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한국도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쓰고 있다. 서울의 경우 2003년부터 올해까지 99개 재래시장을 현대화하기 위해 2141억원(민간투자 포함)을 투입했다. 서울시가 직접 지원한 돈만 574억원이다. 충북대 강형기(행정학) 교수는 “우리의 경우 재래시장의 시설과 디자인을 개선하는 데만 주력해왔다”며 “시장 주변을 지나는 보행자와 이들이 시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과 계획을 갖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나자와=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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