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 위해서라면 … 미셸 리, 적과의 동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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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미국 공교육 개혁을 주창해 주목을 받아온 미셸 리(Michelle Rhee·42·사진) 전 워싱턴D.C 교육감이 앙숙이었던 전직 교원노조 지도자와 손을 잡았다. 워싱턴D.C 교육감으로 재직하면서 과감한 교육개혁을 추진했던 미셸 리는 지난해 말 교육감에서 물러난 뒤 ‘스튜던츠 퍼스트(Students First)’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그는 직접 10억 달러를 모금해 교육개혁을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학교에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미셸 리는 지난 18일 자신이 교육감으로 재직할 당시 교육정책과 관련해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다퉜던 조지 파커 전 워싱턴 교원노조위원장을 ‘스튜던츠 퍼스트’ 첫 선임연구원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미셸 리는 파커 전 위원장의 영입이 미 전역에 있는 교원노조원들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알리는 동력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파커 전 위원장은 “미셸 리가 교원노조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인 자세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미셸 리가 워싱턴 교육감으로 재직할 당시 학생 성적을 교사의 직위와 연계시키는 새로운 교사평가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특히 지난해 말 미셸 리가 사퇴 방침을 밝히자 “사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꼬집고 나설 정도로 앙숙이었다.

 그렇지만 파커 위원장도 지난해 연말 재선에 도전했으나 미셸 리 교육감에게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며 공세를 펼친 상대후보에게 밀려 노조위원장직을 넘겨줘야 했다. 이후 미셸리는 파커 전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교육개혁에 관해 논의를 시작했고, 학교개혁과 노조의 변화와 관련해 수개월간에 걸친 대화 끝에 함께 일을 하기로 합의했다.

 파커 전 위원장은 미셸리의 단체에 합류하기로 한 방침이 공식 발표되기 직전 랜디 바인가튼 미 교사연맹 회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를 통보했다. 바인가튼 위원장은 “파커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보고 농담인줄 알고 여러차례 읽었을 정도”라고 놀라움을 표시할 정도로 두 사람의 결합은 이례적인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NYT)가 21일 전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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