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디트로이트공장 한 달간 멈춘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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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댄 애커슨 GM 회장이 지난해 11월 미국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전기차 볼트를 공개하며 승리를 뜻하는 V 사인을 해 보이고 있다. [디트로이트=블룸버그통신]


부활한 GM이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선언했다.

 댄 애커슨 회장은 18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 본사에서 “내년에 전기차 볼트의 생산 규모를 당초 계획(4만5000대)보다 30% 많은 6만 대로 늘리겠다”며 회사 통신망을 통해 공식 발표했다. 이를 위해 볼트를 만들고 있는 디트로이트 햄트램크 공장은 다음 달부터 한 달간 문을 닫는다. 생산설비를 추가로 들여놓고 조립라인을 조정하는 등 볼트 증산에 맞추기 위해서다. 애커슨 회장은 또 볼티모어 인근에 전기차용 모터를 생산하는 새 공장을 짓는다는 내용도 함께 밝혔다. 전기차의 심장으로 사용될 모터는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GM이 미국 자동차 회사 중 첫 번째로 무게중심을 전기차로 옮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은 “이날 발표는 고유가 시대에 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열릴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애커슨 회장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볼트의 라이벌인 일본 닛산의 전기차 리프의 연간 생산 한도는 5만 대다. 따라서 애커슨 회장이 6만 대 생산을 공언한 것은 GM이 판세를 뒤엎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애커슨 회장은 2009년 파산 보호신청을 하며 망하기 직전까지 몰린 GM을 되살린 구원투수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그는 “옛날 방식과 옛날 사업모델은 끝났다. 다음 단계의 표준이 필요하다”며 ‘공룡’ GM의 체질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꾸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시장에 등장한 볼트는 애커슨 회장의 이러한 의지와 열정이 담긴 전략상품이다. 볼트는 ‘2011 북미 올해의 차’에 뽑히며 GM의 잃어버린 1등 자존심을 살려줬다.

 현재 볼트는 뉴욕·미시간·텍사스 등 9개 주에서 판매되고 있다. 1~4월 판매 대수는 1703대. 지난달부터 매달 500여 대씩 팔리며 주문이 늘고 있다고 한다. GM의 롭 피터슨 대변인은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미 전역으로 판매가 확대되면 1만 대 이상 팔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볼트는 전기모터와 엔진을 함께 쓰지만 엔진이 바퀴를 굴리는 데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배터리 충전용이라는 것이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다르다. “전기차의 가장 큰 약점인 짧은 주행거리와 아직까지 부족한 충전 시설의 한계를 메워줄 수 있다”는 게 GM의 설명이다.

 미국환경보호청이 측정한 볼트의 최대 주행거리는 610㎞, 최고 속도는 161㎞까지 낼 수 있다. 111㎾ 용량의 모터는 149마력에 맞먹는 출력을 낼 수 있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9초가 걸리는 가속시간도 답답하지 않다. 가격은 4만 달러(약 4200만원)로, 미 연방정부는 볼트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7500달러(약 800만원)의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한다. 한국 수입 여부는 “환경부가 일반인 대상의 전기차 보조금 기준을 정하지 않아 지금 단계에선 말하기 어렵다”고 한국GM 관계자가 말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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