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2, 3호기도 노심용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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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이어 2, 3호기도 원자로 내 핵연료가 완전히 녹아 압력용기 바닥에 쌓이는 멜트다운(노심용융)이 발생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이는 도쿄전력이 16일 발표한 사고 후 후쿠시마 제1원전의 운전일지와 그래프 등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중앙제어실에 보관돼 있던 자료들이 전원 복구 이후 확보된 데다 기록지에 방사성 물질이 부착돼 있어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게 도쿄전력 측의 설명이다.

 신문은 “특히 3호기의 경우 원자로 내 오염수에서 핵연료가 손상될 경우에 나오는 ‘테크네튬’ 등의 방사성 물질이 확인됐다”며 “녹아내린 연료가 압력용기까지 손상시켜 격납용기, 나아가 원자로 외부로 방사능 오염수는 물론 녹아내린 핵 연료 자체가 흘러나오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도쿄전력 자료에 따르면 2호기의 경우 3월 15일 오후 6시43분에, 3호기는 3월 16일 오후 11시50분에 압력용기 내 압력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멜트다운에 의해 압력용기 바닥에 쌓인 연료의 열로 압력용기에 구멍이 생겨 압력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마다라메 하루키(班目春樹) 일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지난 3월 하순 2호기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 오염수가 발견된 시점에서 멜트다운 가능성을 인식했다”며 “사고 경위를 보면 1호기와 3호기에서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2, 3호기의 멜트다운을 사실상 시인했다. 이에 따라 일 정부와 도쿄전력이 그동안 원전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책임론이 일본 국내외에서 제기될 전망이다.

 한편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17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단이 24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후쿠시마 제1원전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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