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나이 50부터는 인생 보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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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중앙포토)


50이 되자 49살하고는 달랐다. 나는 변한 것이 없는데… 50이 넘어서의 삶을 준비하지도 않았다. ‘사람은 이렇게 살다가 죽는구나’ 이렇게 빨리 50이 내 앞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

 논농사가 “2모작, 3모작이 가능한 것처럼 인생도 2모작, 3모작이 가능하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평균수명이 대부분 80을 넘어 100살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지고 있다. 벌써 50이라니 아니 이제 50이다. 잘못하면 죽음을 기다리는 삶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생각을 턴했다. ‘50부터의 나의 삶은 보너스다’라고. 내 몸과 마음이 맑아졌다. 이제부턴 내가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것, 망설였던 것, 두려워했던 것에 도전이다.

 내 생각을 실험이라도 하는 것처럼 어떤 정부 부처에서 매년 개최하는 행사에 심사위원으로 위촉 되었었다. 1등에 대통령상, 2등에 국무총리상, 3등에는 장관상을 수여하는 전국적인 행사였다.

 8명의 심사위원들은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서 내게 심사총평을 하라고 했다. 당황했다. “아이구 무슨 말씀을. 그래도 교수님들이 심사총평을 해야 상의 권위가 서지요.”

 나는 거절했고,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심사위원과 행사를 주관하는 재단에서는 내가 해야 한다고 했다. 5분간 짧은 승강이를 벌이면서 도전하자는 마음이 생겼다.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하겠습니다”라고 수락했다.

 200여 명 앞에서 심사총평을 한다는 것보다 나름대로 전문가인 심사위원 교수들 앞에서 심사총평을 한다는 것이 더 부담으로 다가왔다. 심사서류를 열심히 읽고 정리했다. 한편으로 ‘저분들도 사람인데, 나와 다를 게 얼마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편안해졌다.

 ‘기왕 하는 것 내가 평소 생각해 왔던 사회의 문제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소신껏 말해보자’고 맘먹었다. 오전에 각 지자체가 그간 준비해 온 자료를 열정적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심사총평을 했다.

 “55만의 고려인이 중앙아시아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강원도에서는 그 55만의 고려인의 아픔과 한을 달래주기 위해 러시아까지 달려가서 아낌없는 수고를 하고 있고 대한민국 안에서는 100만의 거주 외국인의 한국 적응을 위해 국가가 그리고 각 지자체가 그들에게 다가가는 행정을 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10분 간의 심사총평을 시작했다.

 내 총평이 어떠했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했다는 것 아닌가. 행복했다. 50부터의 삶은 정말 보너스 같은 기분으로 살면 어떨까? 그러기에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내 코앞에 다가와 있지만 삶에 여유를, 해보지 않았던 것에 도전했다는 것에 즐겁고 기쁘게 기꺼이, 그리고 감사하면서 살기로 했다. 보너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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