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중3 상위권 80% “특목·자율고 갈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중3 학생들은 어떤 고교에 진학하기를 희망할까. 본지가 서울 서초구 B중학교 3학년생을 상대로 이달 초 설문조사한 결과 성적 상위 10%에 드는 학생 10명 중 8명은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자율고) 진학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고를 가겠다고 밝힌 학생은 성적 중하위권이 대부분이었다. 3학년 250여 명 중 162명이 설문에 답했다.

 2학년 2학기 성적이 상위 10%에 드는 18명 가운데 10명은 자율고를, 4명은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목고에 가고 싶다고 했다. 일반고를 가겠다는 응답은 4명(22.2%)에 불과했다. 상위 10~30%에 드는 학생 48명 역시 자율고 26명, 외고·과학고 4명, 예술고 4명 등으로 비일반고 선호도가 73%에 달했다. 일반고를 고른 학생은 13명에 그쳤다. 성적 상위권 학생들은 주로 지역 내 자율고나 하나고처럼 전국 단위 선발권이 있는 자율고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성적이 뒤처지는 학생들에게서는 일반고를 가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일반고 교감을 거쳐 이 중학교에 부임한 이모 교장은 “중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 대부분은 특목고나 자율고로 빠지고 중위권 이하가 일반고로 진학한다”며 “일반고는 학생들 간 경쟁이 덜해 학습 분위기 조성에도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일반고가 ‘3부 리그’로 전락하고 있어 교육 당국이 수월성(우수 학생 대상) 교육과 일반고 정책을 균형 있게 펼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이 자율형이나 혁신학교처럼 특정 정책에 포함되는 학교에만 재정 지원과 특혜를 주고 그렇지 않은 곳에는 지원을 거의 안 한다”며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할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지원에 차별을 두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호성 서울교대 교수는 “일반고를 다양화해 학생들이 국악고·예술고·과학고를 가지 않고도 소질을 살릴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고교 입시에서 서울의 경우 자율고는 내신 상위 50% 이내 중학생을 추첨으로 뽑는다. 수요 공급이 맞지 않아 성적이 좋아도 일반고에 가는 학생이 많다. 중앙대 이성호 교수는 “전체 고교의 90%나 되는 일반고는 교장이 학교 운영의 자율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일반고에도 자율권을 주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