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인력 감축 ‘역주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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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해 7월 취임한 이시종 충북지사의 핵심 프로젝트가운데 하나는 ‘인력 감축과 조직 축소를 통한 재원 확보’였다. 조직이 필요 이상으로 커진데다 정부지원 말고는 마땅한 재원마련 방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광역과 기초단체 가운데 재원확보를 위해 인력까지 줄이겠다고 나선 자치단체는 충북도가 처음이었다.

이 지사는 직원 49명을 줄여 연간 30억원의 가용예산을 확보, 이를 복지와 서민경제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충북도의 자구책은 재정위기를 맞은 자치단체의 모범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도는 불과 9개월 만에 이 같은 방침을 뒤집었다. 도와 시·군 공무원을 뽑는 데 당초 계획보다 100여 명 가량 더 선발한 것이다. 도는 2월 23일 ‘2011년도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시행계획 공고’를 내면서 공무원 214명을 선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보름 뒤인 3월 9일 선발인원을 24명 늘어난 238명으로 변경했다. 도는 필기시험일(5월 14일)을 열흘 가량 앞두고 한 차례 더 계획을 변경했다. 이번엔 인원이 308명으로 애초 214명보다 94명 늘어났다. 308명 중 일반행정직은 141명(장애인·저소득 제외)으로 맨 처음 계획 74명보다 67명이나 증가했다. 증원 배경에 대해 충북도 김창현 인사담당은 “시·군에서 인력을 더 뽑아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각 시·군은 도청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기초자치단체의 한 인사담당자는 “민선 5기 출범 이후 도청에서 인력을 수시로 빼가 업무공백이 심각하다”며 “빈 자리가 많아 앞으로도 충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는 최근 조직개편을 한 뒤 13명을 별도로 채용했다. 도지사의 공약사업인 태양광·바이오 분야와 도민축구단 관련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와는 별도로 행정안전부 지침을 받아 20여 명을 추가로 증원했다. 올 들어 30여 명의 인력을 새로 충원한 셈이다.

도는 직원을 늘리면서 ‘공고를 통한 채용’ 대신 시·군에서 직원을 선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충원에 따라 도가 확보하겠다는 30억원의 가용예산도 규모가 줄어들게 됐다. 복지·서민경제 분야 투자 역시 축소될 전망이다.

충북도는 정부에서 받는 인건비(총액 기준) 범위 내에서 충원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지침의 경우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 인건비를 높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충북도 김영현 행정국장은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충원했다”며 “다만 조직개편에 따른 증원은 지난해 발표한 인력감축 계획과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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