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 52년 만에 “내각서 사퇴” … 부자세습 완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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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싱가포르의 국부’로 불리는 리콴유(李光耀·이광요·87) 싱가포르 내각 정책자문(內閣資政·Minister Mentor)이 52년 만에 정부 요직에서 물러난다. 그는 싱가포르 초대 총리로 31년간 국정을 이끌고 다시 21년간 내각 정책자문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는 15일 “리콴유 내각 자문역이 내각에서 물러나겠다고 14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리콴유는 성명에서 “총선 이후 새로운 정국에 대해 깊이 생각해 내린 결정”이라며 “리셴룽(李顯龍·이현룡·58) 총리와 젊은 지도자들이 완전히 새로운 내각 진용을 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콴유의 후임으로 2대 총리를 역임한 고촉통(吳作棟·오작동·69) 선임장관도 이날 동반 퇴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총선에서 나란히 당선된 두 사람은 의원직을 유지할 전망이다.

 리콴유·고촉통 두 원로의 퇴임은 2004년 취임한 리셴룽 현 총리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세대 교체를 의미한다. 또 리콴유의 아들 리셴룽 총리로 사실상 권력 세습이 완료됐음을 시사한다.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7일 총선에서 야당의 눈부신 약진 이후 새로운 세대가 젊은 유권자들과 교감을 넓혀야 할 때임을 리콴유 전 총리가 인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인 노동당은 의회 의석 87석 가운데 6석을 차지해 싱가포르의 여당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야당은 부동산 폭등·고물가로 초래된 민생 불안과 함께 권위주의 정치에 대한 젊은 세대의 염증을 파고들어 바람을 일으켰다. 리콴유가 세운 인민행동당은 81석을 확보했지만 리 총리의 핵심 측근인 조지 여 외무장관이 낙선했다. 또 지지율은 2006년 66.6%에서 60.14%로 떨어져 당 안팎으로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리 전 총리는 총리 재임과 수렴청정 기간 동안 싱가포르 경제를 크게 성장시켰다.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지 46년 되는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만7238달러(약 6200만원)으로 카타르(8만8559달러)·룩셈부르크(8만1383달러)에 이어 세계 3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싱가포르의 전체 GDP(2537억 달러)가 말레이시아(2478억 달러)를 누를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리콴유는

- 1923년 9월 16일 싱가포르 출생

- 1949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법학과 졸업

- 1951년 싱가포르에서 노무전문 변호사 개업

- 1959년 싱가포르 자치정부 총리

- 1963년 9월 말레이시아연방 싱가포르주 주정부 총리

- 1965년 8월~1990년 11월 독립 싱가포르 총리

- 1990년11월~2004년 8월 싱가포르 내각 정책 자문

- 2004년 8월~2011년 5월 싱가포르 내각자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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