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밥에 그 나물’ 지방축제 확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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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윤영달(66) 회장은 “지방축제는 생산성·효율성 등에서 낙제”라고 말했다. [프리랜서 오종찬]

지방축제는 대표적인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의 업적 쌓기용으로 지방축제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효과도 없고 예산낭비만 한다는 비판이 자주 나오는 이유다.

 전북 남원에서 열린 ‘제81회 춘향제(6~10일)’의 제전위원장을 맡은 윤영달(66)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이런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는 남원 출신도 아니다. 고향은 전남 해남이다. 국악을 좋아한다는 인연으로 올해 춘향제의 제전위원장을 맡았다. 민간 기업 경영인의 입장에서 지방의 축제를 이끈 후 그는 문제점을 이렇게 진단했다.

 “축제가 많다는 것도 문제지만, ‘그 밥에 그 나물’ 소리 듣는 차별성 없는 행사들에 대한 대대적 수술이 필요합니다.”

 그가 경험한 결과 지방축제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수들 불러 여는 노래잔치. 다른 하나는 미인대회 남발이다. 행사마다 전국을 떠도는 장돌뱅이들이 판을 치고 한몫 챙겨가는 가수들의 잔치로 지방 축제가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춘향제는 어땠나.

 “춘향제는 최근 3년간 문광부의 우수축제로 선정될 정도로 인정을 받는 행사다. 하지만 행사가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있었다. 춘향제 정체성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춰 구조조정했다. 대중가수 공연과 체육대회·미꾸라지 잡기 등 춘향제와 무관한 행사들을 과감하게 없앴다. 대신 60명이 등장하는 가야금병창 같은 국악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춘향전의 배경이 되는 조선 숙종시대의 체험 프로그램도 늘렸다.”

 -행사진행에 어려움은 없었나.

 “행사가 각종 협회·단체 등과 얽히고설켜 있었다. 관계자들도 다들 형님·동생으로 맺어져 있었다. 행사를 손댈 때마다 잡음이 나고 반발이 컸다. ‘스폰서나 하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으냐’는 얘기도 나왔다.”

 이런 비난에도 윤 회장은 밀어붙였다. 성과가 나왔다. 개막식 때 가수초청을 안 했는데도 관람객이 지난해보다 1000명 늘어난 4000명이나 됐다. 춘향제 기간 동안 방문한 총 관람객은 60만 명을 넘어 지난해(55만 명)를 웃돌았다. 특히 관광객은 전년보다 30~40% 증가했다. 윤 회장은 “지방 축제를 살리려면 경쟁력 있는 향토특산물을 발굴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사진= 프리랜서 오종찬

◆윤영달 회장=크라운제과의 창업주인 고 윤태현 회장의 장남. 1971년 크라운제과 이사로 경영에 참여해 95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2005년 해태제과를 인수했다. 상품기획단계부터 음악·미술·공연 전문가 등을 참여시키는 문화예술경영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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