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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19회 우승 중 12회를 함께 뛴 남자, 긱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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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10~2011 시즌 우승 팀을 알리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그라운드 위에 서 있던 라이언 긱스(3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사진)가 두 손을 번쩍 들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14일(한국시간) 맨유는 블랙번과 1-1로 비기며 구단 통산 19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이로써 맨유는 통산 18회 우승을 한 리버풀을 따돌리고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웠다. 그 중심에는 긱스가 있다. 19회 우승 중 12회를 함께했다.

긱스가 40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활약할 수 있는 이유는 포지션 변경과 로테이션 시스템 덕분이다. 그는 2008년 17년간 뛰어온 왼쪽 미드필드를 버렸다. 전성기에 비해 속도가 떨어진 그를 위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배려였다. 당시 박지성·루이스 나니·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젊은 선수들에게 밀려 은퇴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긱스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맨유의 중원을 휘어잡았다. 화려한 드리블은 사라졌지만 날카로운 패스로 팀을 이끌었다. 불필요한 몸싸움은 최대한 줄이고 경기 속도를 끌어올리는 빠른 패스로 경기를 조율했다.

 그는 21년 동안 맨유만을 위해 뛴 ‘맨유맨’이다. 1987년 14세에 맨유 유소년 팀에 입단해 91년 3월 에버턴과의 경기에 붉은 유니폼을 입고 성인 팀 데뷔전을 치렀다. 그 후 올 시즌까지 단 한 차례도 주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올 시즌까지 총 613경기(110골)에 나서며 맨유 역사상 리그 최다 출전 기록(2위 보비 찰턴·606경기)도 갈아치웠다.

 긱스는 ‘비운의 스타’이기도 하다. 전력이 약한 웨일스 국가대표팀 출신이라 단 한 차례도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다. 기회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90년대 초 잉글랜드는 긱스를 국가대표팀에 데려오려 했다. 하지만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인 할아버지, 잉글랜드에 거주하던 흑인 혼혈 아버지와 웨일스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웨일스를 선택했다. 10대 후반 가족을 떠난 아버지의 성을 버리고 ‘긱스’라는 어머니 성을 따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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