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고속도 음성~청원주변 '하이웨이 벤처 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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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고속도로 하남기점 63㎞ 충북 음성에서 청원에 이르는 60여㎞ 구간이 한국판 ''보스톤 루트 128'' 로 주목받고 있다. 벤처기업 1백40여개를 비롯 3천여개의 제조업체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보스톤 루트 128이란 미국 보스톤시 128번 외곽순환도로를 따라 2천7백여개 업체가 밀집해 동부의 실리콘 밸리로 자리잡은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중부고속도로 주변이 비슷한 경우로 꼽힌다.

중부고속도로 음성 나들목(IC) 에서 515번 지방도를 타고 북쪽으로 10여분 달리면 한 무리의 공장을 만난다.

클린룸 설치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전자화학 화합물을 만드는 크린크리에티브와 반도체 이동용 상자 제조업체 유원컴텍은 코스닥 시장 등록기업. 공해방지 필터를 만드는 대정크린과 골프공으로 국내보다 해외에 더 알려진 볼빅도 코스닥 등록을 추진중이다.

진천 나들목 부근에도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 모였다. 에이스전자기술은 무선통신 기지국의 안테나를 원격감시하는 ''BTRU 시스템'' 을 만든 업체. 국내 유수의 통신관련 연구소에서도 불가능하다며 개발을 포기했던 장비다.

삼성전자 출신들이 모여 만든 토웨이퍼테크는 국내 유일의 광화합물 반도체 제조업체로 발광소자를 웨이퍼 상태에서 일본.대만 등에 수출한다.

벤처 하이웨이의 끝부분인 충북 청원군 남이면 척북리. 경부고속도로 청원 나들목에서 5㎞ 떨어진 곳에 청원 첨단산업 협동화단지가 보이는데, 대덕연구단지 출신의 벤처기업 4개가 오손도손 터를 잡았다.

반도체 장비 제조회사로 이미 코스닥에 등록한 아펙스와 생명공학 관련 기업으로 업계에서 인정받는 바이오니아, 반도체 장비 운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코닉시스템, 시뮬레이터 개발업체로 미국 나스닥시장에 직상장을 노리는 다림제어기술 등이 포진했다.

중부고속도로변에 이같이 많은 벤처기업이 자리잡은 것은 편리한 교통망과 세제 혜택, 싼 부동산 가격 때문.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수도권과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안에 연결된다.

충북지방중소기업청 김순태씨는 "수도권 과밀인구 억제책에 따른 규제도 없고 지방에 본사를 두면 세제혜택도 있는 등 잇점이 많다" 고 설명했다.

중부고속도로 주변 기업은 상당수가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품질이 우수한 제조장비를 자체 제작하고 있다.

크린크리에티브는 평면브라운관 제작에 필수적인 ''카제인'' 이란 특수 화학물질을 국내 가전업체에 독점 공급한다.

청주의 우리정도는 반도체 도금 전문업체로 지난해 8월 출범했는데, 생산량이 삼성.현대.아남에 이어 국내 4위인 ''작은 거인'' . 도금 재료와 장비.공정 등 표면처리 분야의 토털 솔루션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바이오니아는 생명공학 관련 시약과 장비를 1백% 자체 생산품으로 쓰고 있다. 우리정도는 올해 매출 목표를 40억원으로 잡았다. 옵토웨이퍼테크는 1999년 60억원이었던 매출을 올해 1백60억원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바이오니아도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의 4배인 1백억원으로 잡았다.

이들 기업은 지역내 협력과 지역개발에도 신경쓰고 있다. 음성군 소재 기업 중 11개 업체는 정기적으로 이업종교류회를 갖는다.

친목 다지기 차원을 넘어서 공장장들이 회원사 업체를 순회하며 기술의 장점과 단점을 공유한다. 다음달에는 이중 7개사가 출자해 공동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충북지방의 대표적 벤처기업 20여개사는 ''충북벤처클럽'' 을 결성해 지역발전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도 고민은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지방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수한 기능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점. 연구진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찾아와 경쟁을 거쳐 선발할 정도지만 기능인력은 절대수가 부족하다.

김봉철 옵토웨이퍼테크 부사장은 "수도권 업체보다 좋은 대우를 해줄 수 있다" 며 "단순히 지방이라는 이유로 기피하는 풍토가 사라지길 바란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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