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입주자 하향 '엑소더스' 묘책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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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시장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 슬금슬금 오르던 전셋값이 어느새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그나마 매물이 없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조만간 오른 전셋값을 감당 못하는 세입자들의 싼 집 구하기 행렬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전세시장 동향과 전망을 짚어본다.

전세 역(逆)대란 우려 속에 앞으로 전셋값이 얼마나 더 오를지 관심거리다. 서울 강남.목동, 분당.일산 신도시 등 수도권 인기지역 아파트는 이미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거나 그 이상 올랐고 서울 인근 위성도시의 다세대.다가구 주택도 값이 많이 뛰었다.

설을 앞 둔 비수기인데도 찾는 사람은 많으나 매물이 없어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 전셋집 부족〓서울 인기지역이나 분당.일산 등지에서는 아파트 전세매물이 거의 동났다. 이런 현상은 인기지역 아파트 뿐 아니라 서울 변두리나 위성도시의 단독주택가도 마찬가지다.

서울 화곡동 18평형 방 3개짜리 다가구주택의 전셋값은 한달 새 1천만원이 오른 4천5백만원에도 구할 수 없다.

전형적인 저소득층 주택가인 성남시 상대원1동의 11평형 다가구주택은 한달 전 3천만원에서 지금은 3천5백만원으로 올랐다.

신흥부동산 이선희 사장은 "비수기인데도 서울 등 외지에서 전셋집을 구해 달라는 사람이 있다" 며 "설이 지나면 찾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 라고 예상했다.

주택공사 정책포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지어진 주택은 43만가구인데 비해 수요는 50만가구로 7만가구가 모자랐다.

올해도 수요는 42만가구도 공급이 35만가구에 불과, 지난해처럼 7만가구가 부족할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정부는 올해 50만가구를 건설키로 했지만 재원조달.건설업체들의 소형주택건설 기피 등으로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업계는 진단한다.

◇ 전셋값 더 오를까〓'수요는 많은 데 공급이 부족하면 당연히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지금 전세시장엔 매물이 없다.

본격적인 이사철이 아니어서 물건이 제대로 돌지 않은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수요는 많은 데 공급이 부족해 전세시장이 불안하다.

이런 추세라면 설 이후 또 한번 전세시장이 요동칠 게 뻔하고 특히 철거되는 재건축.재개발지구 주변은 전세를 찾는 사람들 때문에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하다.

외환 위기로 하락했던 값을 다시 되돌려 놓으려는 집주인들의 보상 심리가 강하게 작용된데다 결혼을 유보했던 수요, 부모와 함께 살았던 합가(合家)인구 등이 다시 전세시장에 등장한 게 전셋값을 올린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소득 감소 등으로 전세를 살게 된 사람이 많이 늘었고 집 사기보다 세를 들려는 임대 선호 계층이 증가한 것도 무시못할 사안이다.

물론 허수도 많다. 주택산업연구원 김우진 실장은 "전셋값 상승으로 하향 연쇄 이동이 시작되면서 전세 수요가 실제보다 부풀려지는 경우가 많다" 면서 "올해 공급물량 등을 감안할 때 하반기부터 안정세로 돌아설 것" 이라고 분석했다.

◇ 대책〓당장 내놓을 묘안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급한 것은 피해가 가장 큰 20평형대 이하에 거주하는 저소득계층의 주거 안정책이다.

정부는 이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료가 싼 공공임대를 많이 지어야 하고 전세 지원 자금도 저소득층에겐 연리 3~4%대의 이자율로 낮춰야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또 기존 주택 거래를 활성화해 전세수요를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를 위해 살고 있는 주택을 팔아 그 돈을 전부 다른 주택 구입 비용으로 사용했다면 양도소득세를 면제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꼽힌다.

경원대 박환용 교수는 "전세 불안기엔 수요를 촉발시키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일단 억제하고 개발하더라도 소형 임대주택을 많이 짓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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