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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금요일 새벽 4시] “너 같으면 이런 긴 질문 읽고 싶겠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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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대역배우인 레지 브라운을 인터뷰한 뒤, 그에게 e-메일을 보냈습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소주나 한잔하러 가실까요?” 인터뷰 때 그가 김치와 갈비를 좋아한다고 말한 게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흔쾌히 오케이 한 그와 함께 LA 한인타운에 있는 한식당에 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렇듯 그 역시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여태껏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로 한국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꼽을 정도로 한류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그는 반찬으로 나온 김치를 세 그릇이나 비웠습니다. 그날 저녁 이후 LA 한인타운에 오바마 대통령이 다녀갔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스북에 나온 사진은 오바마가 아닌 바로 그, 레지 브라운이었습니다.

◆ IT 전도사에서 비판자로 변신한 니컬러스 카 기사는 한참 묵은 것이었습니다. e-메일로 질문지를 보내자마자 답신이 날아왔습니다. 찾아보니 4월 4일에 답을 받았네요. 그런데 지면 사정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계속 밀리고 있었죠. 인터뷰를 주선해 주신 분이 이따금씩 전화를 하셨습니다. “기사 언제 나가나요?” “어… 그러니까… 곧….” 한 달 넘게 거짓말쟁이가 된 셈이죠.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영국의 한 유명 인사에게서 인터뷰 승낙을 받고 거의 2주간 질문지를 만들었습니다. 재미난 기사가 될 것 같아 평소보다 공을 좀 들였거든요. 그 사람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질문지를 보냈더니 갑자기 “지금 바쁘니 나중에 생각해 보자”며 말을 바꾸는 겁니다. “이런 거짓말쟁이!”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더군요. ‘어떻게든 복수할 테다’ 이를 갈고 있는데 지나가다 질문지를 본 선배가 한마디 합니다. “야, 논문 써오라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긴 질문이 30개도 넘는데 너 같으면 읽고 싶겠냐.” 역시 과유불급(過猶不及)인가 봅니다. <김선하>

◆언제부턴가 초록색이 좋아졌습니다. 아파트 베란다에 화분 숫자가 늘고, 사무실 책상 모니터 너머로 보이는 난 줄기가 18년 만에 예뻐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일에서도 나타납니다. 산길을 올라 아름드리 소나무 앞에서 금강송 묘목을 들게 하기도 하고(4월 2일자, 이돈구 산림청장), 진달래가 만발한 화단 안으로 밀어넣기도 했습니다(4월 23일자, 사진작가 유르겐 텔러). 유리창에 비친 나뭇잎과 함께 찍기도 하고(4월 30일자, 소설가 이문열), 나무 그림자를 만들어 찍기도 했습니다(4월 30일자, 소설가 김종록). 댓잎 너머로 보이는 원택 스님은 그런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넉넉한 웃음을 보내주셨습니다(5월 7일자). 6면 사진 보셨나요? 벤자민 나무 아래에 선 박웅현 TBWA코리아 ECD입니다. 그런데 요즘 에디터는 꽃이 좋아졌나 봅니다. 출근길에 사온 장미며 프리지어를 패트병에 꽂으며 흐뭇한 미소를 날리곤 합니다. 허걱, 여성호르몬? 에디터, 우리 여자끼리 막걸리 한잔하시죠. <박종근>

j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신문 ‘제이’ 49호

에디터 : 이훈범
취재 : 김준술 · 성시윤 · 김선하 · 박현영 기자
사진 : 박종근 차장
편집·디자인 : 이세영 · 김호준 기자 ,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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