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듯 새롭게' 리메이크음반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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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쩜오(. 5)집'이라고 불리는 리메이크 음반이 넘쳐나고 있다. 자연수 대신 소수점으로 표기되는 '넘버링'에서 알 수 있듯 리메이크 음반은 가수가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찾는다는 차원에서 만드는 비정규 음반이다.

탄탄한 리메이크 음반은 원곡을 개성 있게 재해석해 제2의 창조를 이뤄낸다. 반면 현재의 인기에 편승해 돈벌이 목적으로 급조한 리메이크 음반도 많아 공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팝과 가요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리메이크 음반 3장의 내용과 음악성 등을 분석한다.

▨ 조지 마이클 〈송스 프롬 더 래스트 센추리〉

감미롭고 섹시한 음색을 자랑하는 조지 마이클은 이번 음반을 통해 재즈를 무난히 소화해 내는 역량을 과시했다.

'과감한 변신'이라 불러도 좋을 이번 음반은 1940~50년대의 재즈 명곡들을 친근하고도 신선한 감각으로 되살려냈다.

50년대 웨이버스의 노래로 히트했던 '브라더 캔 유 스패어 어 다임', 덱스터 고든의 '유브 체인지드', 니나 시몬이 불렀던 '와일드 이즈 더 윈드' 등의 곡들에는 그의 달콤한 목소리가 녹아 있으면서도 재즈 보컬 특유의 그윽함이 잘 살아 있다.

로버타 플랙의 '더 퍼스트 타임 에버 아이 소 유어 페이스'를 부드러운 피아노 반주에 우수 어린 목소리를 얹어 애틋하게 불렀고 U2의 보노가 불렀던 '미스 사라예보'는 어쿠스틱 기타의 반주가 섬세하고 정겨운 재즈풍으로 소화해내 역시 신선한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풍부한 감성과 원숙한 해석으로 재즈에 대한 자신의 남다른 애정을 고백한 듯한 그의 새 음반 〈송스 프롬…〉는 기존 팬들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끌어들일 듯하다.

▨ 이은미 〈노스탤지어〉

'향수'라는 타이틀이 암시하듯 30~40대의 추억이 깃든 노래들을 선곡했다.

이동원의 '이별노래', 하덕규의 '가시나무', 유익종의 '안녕 내 사랑', 전유나의 '너를 사랑하고도', 현미의 '보고싶은 얼굴' 등 3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쉽게 따라 흥얼거릴 수 있는 12곡을 담았다.

20대의 열정을 쓸쓸하게 되돌아 보는 감성으로 그녀는 낮게 가라앉은 톤으로 울림을 만들어 내는데 주력했다.

특히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는 음울한 첼로 선율에 그녀 특유의 감성이 돋보이는 곡. 그러나 이런 평가가 다른 노래들에도 유효한지에 대해선 이견이 따를 듯.

"내가 있는 듯 없는 듯, 가장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고 이은미는 설명한다.

하지만 '이별노래', '가시나무' 등 일부 곡들엔 원곡의 감동도, 이은미의 개성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아쉬움 섞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 조성모 〈클래식〉

조성모의 정규 앨범이 아닌 2.5집 형태의 스페셜 앨범으로 발매될 〈클래식〉은 이미 선주문이 1백만장이 넘었다는 소문. 제작은 끝냈지만 그의 1·2집을 냈던 두 음반회사 간의 줄다리기에 휘말려 발매가 늦춰지고 있다.

'가시나무'와 '너를 사랑하고도' 등은 이은미의 '노스탤지어' 수록곡과 겹쳐 흥미롭다.

이밖에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 이상우의 '비창',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 등 11곡의 리메이크곡과 3곡의 신곡이 실릴 예정.

이번 음반을 통해 그가 선배 가수들의 노래를 어떻게 해석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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