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 회장, 계열사 돈으로 빌린 람보르기니 자녀 통학용으로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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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담철곤 오리온 회장

오리온그룹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사주 일가와 최고 경영진이 회사 돈으로 수억원짜리 수입 자동차를 리스해 개인 용도로 타고 다닌 사실이 드러났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오리온그룹의 위장 계열사인 I사는 그룹 전략담당 사장 조모(53)씨의 지시로 2002년 10월~2006년 5월까지 이탈리아산 스포츠카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포르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카이엔’, 메르세데스-벤츠의 스포츠카 ‘CL500’ 등 대당 수억원씩 하는 수입 자동차 3대를 리스해 그룹 담철곤(56) 회장과 계열사 김모 대표 등에게 제공했다. 담 회장은 이 차들을 자녀 통학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도 2004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I사 법인 명의로 리스한 포르셰의 스포츠카 ‘카레라GT’와 3대의 고가 수입 자동차를 타고 다녔다고 검찰은 밝혔다. 조씨는 이들 자동차의 리스 비용은 물론 자동차세와 보험료까지 회사에 떠넘겨 19억7000만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이 자동차들은 대당 수억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수입차들이다. 조씨가 타고 다닌 ‘카레라GT’는 포르셰가 한정 생산한 ‘수퍼카(고성능 스포츠카)’로 국내 수입 당시 가격이 8억8000만원에 달했다. 포르셰 매니어 사이에서는 사고 싶어도 사기 힘든 ‘희귀차’로 꼽힌다.

 담 회장이 제공받은 ‘가야르도’ 역시 이탈리아 수퍼카 제작사 람보르기니가 만든 고성능 스포츠카다. 옵션에 따라 가격은 대당 최고 4억원에 육박한다. 포르셰 ‘카이엔’도 스포츠카급 성능을 자랑하는 SUV로 대당 2억원이 넘는 자동차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160억원대의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배임·횡령)로 11일 조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조씨가 조성한 비자금이 그룹 사주인 담철곤 회장, 이화경 사장 부부에게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돈의 흐름을 쫓고 있다. 검찰은 또 홍송원(구속) 서미갤러리 대표의 거래장부와 관세청 자료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몇몇 기업과의 수상한 거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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