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디자이너만 200명 투입 … 과시욕 강한 중국 소비자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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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그룹 내부에서 최고의 인재를 중국 사업에 배치했어요. 자기 과시를 위한 소비 경향이 강한 중국 소비자만을 위한 디자인 개발에 전문 디자이너 200명을 투입했는데 이게 먹혔답니다.”

 중국이랜드 최종양(49·사진) 법인장(사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내수소비 시장에 진출해 최근 10년간 연평균 63%라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이어온 비결을 이렇게 요약했다. 1996년 상하이에 처음 법인을 설립한 중국이랜드는 이듬해 28개 매장에서 25억원의 매출로 출발했다. 2001년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시작해 지난해 말 3750개 매장에서 1조164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이랜드 신화’를 쓴 것이다.

 최 법인장은 특화된 디자인 조직을 최대의 성공 비결로 꼽았다. 이들은 계절별로 중국 시장을 조사하고 중국 소비자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 고급 브랜드 상품을 만들어냈다. 예컨대 몸집이 큰 북부지방과 체구가 작은 남부지방 소비자의 차이를 고려해 지역별로 옷 사이즈를 다르게 만들었다. 인테리어와 시각마케팅(VMD) 분야에는 100명의 전담 인력을 배치했다. 이들은 월별·계절별로 중국 전역의 4201개(5월 12일 기준) 매장에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손쉬운 프랜차이즈 방식을 피하고, 매장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관리해온 것 역시 성공 비결. 자체 생산공장 없이도 12개 지사가 생산 인프라를 관리해 중국 각지의 약 600개 업체로부터 제품을 안정적으로 납품받고 있다.

 상하이에 법인을 둔 글로벌 기업 중 코카콜라에 이어 지난해 가장 많은 세금(10억 위안)을 낸 외자기업답게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하다. 12일에는 ‘이랜드 장학기금’ 설립 협약을 베이징에서 중화자선총회와 체결했다. 3년간 중국 고교생 5000명의 장학금(총 65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최 법인장은 또 한국에서 중국으로 파견되는 직원들은 중국 관련 서적 100권을 의무적으로 읽도록 했다. 다른 기업들과 달리 주재원 근무 기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중국 시장에서 뼈를 묻을 각오로 일하도록 독려했다. 중국 부자 고객들의 자기 과시형 소비 행태를 포착하고 고급 백화점을 골라 입점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고급 의류 브랜드 이미지를 심는 데도 성공했다. 최 법인장은 “캐주얼 의류에서 구두와 잡화로 분야를 넓혀 2015년 매출 6조원의 중국 시장 1위의 토털 패션의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비전을 밝혔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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