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중국어를 공부합시다

중앙일보

입력

내년이면 중국과의 수교 20년을 맞는다. 중국과는 수교의 역사가 길지 않지만 교역과 투자방면에서 우리의 1위 상대국이 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선부론(先富論)에 따라 먼저 발전한 지역이 중국의 동부 연안지역이다. 유럽의 지중해처럼 중국과 한국은 서해(황해)를 공유하고 있다. 서해바다는 차선(車線)이 무제한인 고속도로 같아서 한중의 물동량을 얼마든지 소화시킬 수 있다.

중국 동부 연안이 전 국토의 9.7% 인구는 35%정도이나 GDP는 전체의 60%에 달하는 것도 이러한 지리상 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문화적 배경이 유사하다. 韓中 두 나라는 한자 문화권으로 우리도 중국과 같이 한자를 사용하고 있으며 중국인의 정신 문화에 크게 영향을 끼친 孔子를 우리도 聖人으로 존경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한국 사람이 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 중국에 대한 이해가 비교적 풍부하고 중국어에 능통할 수 있는 기본이 되어 있다고 본다. 우리말의 50%이상이 한자어에서 기원한다고 한다. 특히 20세기 초 서양의 문물이 들어오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많은 분야의 한자 번역어가 중국과 같거나 비슷하다. 발음에 있어서 성조(聲調)등 차이가 있지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말을 중심으로 학습해 나가면 중국어를 익히는 데 유리한 점이 많다고 생각된다.

국내 굴지의 모 그룹이 통 큰 결단을 하였다. 신문 보도에 의하면 신입사원 공채 시 중국어 특기자에게 최대 5% 가산점을 주기로 하였다고 한다. 한중간의 장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돋보인다.

이제 영어도 중요하지만 중국어가 더욱 중요해졌다. 수교 20년을 맞아 재중 한국인의 현지 수학 자녀들이나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리 유학생들이 차츰 사회에 진출하여 활약하고 있다. 그들이 중국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유창한 중국어를 통해 한중간의 가교(架橋)역할을 충분히 해 낸다면 향후 20년간의 한중 관계발전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