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히카리 신화' 日열도 달군다

중앙일보

입력

''광속(光速)경영'' - .
하의상달과 심사숙고로 상징되는 일본적 경영을 송두리째 흔든 손정의(孫正義)소프트뱅크 사장에 이어 또 하나의 이단자(異端者)로 떠오르고 있는 히카리(光)통신의 시게다 야스미쓰(重田康光.35)사장.

최근 들어 세계 주요언론들은 공격적이고 발빠른 투자전략을 무기로 거대 인터넷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히카리통신의 성공을 ''히카리 이펙트'' 라 부르며 시게다의 일거수 일투족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요즘은 그가 투자한다는 소식만으로도 투자대상업체의 주가가 뛸 정도다.

그는 얼마전 홍콩 재벌인 리처드 리의 퍼시픽 센추리사이버웍스와 제휴해 전자상거래.웹디자인 회사 등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
미국에서는 무선통신업체인 언와이어드플래닛과 전자문서 서비스업체인 텀블위드소프트웨어 등에 투자했다.

일본에서도 인터넷 음악서비스 제공업체인 리퀴드오디오를 비롯, 인터넷 방송.전자상거래.인터넷장비 대여업체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손을 뻗치고 있다.

한국에서도 손정의에 이어 시게다 열풍이 불 참이다. 자회사인 히카리통신 캐피털이 지난해 11월 한글과컴퓨터 및 자회사인 네띠앙에 각각 20여억원, 50여억원을 투자해 본격적으로 한국진출을 모색하고 있고 일본 벤처캐피털로는 처음으로 한국지사를 설립했다.

또 지난해 12월 현주컴퓨터에 36억원을, 지난 18일에는 국내인터넷 경매 분야의 선두업체인 ㈜옥션에 74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현재 4~5개의 인터넷 회사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하진 한컴사장은 "시게다 사장이 간부 1명만 대동한 채 서울에 와서 사업내용을 듣자마자 즉석에서 거액의 투자를 결정하는 데 놀랐다" 고 털어놨다.

전사장도 이같은 전광석화 같은 경영스타일에 맞춰 시게다 사장과 사업논의를 하기 위한 점심미팅을 위해 전날밤 도쿄(東京)로 날아갔을 정도다.

히카리통신은 현재 시가총액이 6조원대로 일본 10대 기업의 자리에 올랐다. 히카리통신은 지난해 9월 도쿄증시 1부에 상장한 뒤 주가가 세배로 뛰어 현재 15만엔대를 기록하고 있다.

시가총액 증가율도 30.92%로 야후재팬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게다의 개인재산도 엄청나게 불어나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해 그의 재산이 2백 50억달러로, 세계 5위의 부자라고 소개했다.

시게다는 공격적인 투자전략 못지않게 뛰어난 인사관리로도 이름이 높다. 평균연령이 27세인 히카리통신의 직원들은 실적위주의 인사운영으로 뛰어난 업무성과를 올리고 있다.

또 일본 기업에서는 처음으로 대리점 사장들에게 스톡옵션을 지급하기도 했다.

시게다는 1988년 니혼(日本)대 경제학부를 중퇴한 뒤 사업전선에 뛰어들어 자본금 1백만엔으로 히카리통신을 세웠다.

처음에는 사무용기기를 팔았지만 일본에서 이동전화 열풍이 불 것으로 예상한 그는 90년대 중반부터 이동전화기 유통사업에 손을 댔다. 예상대로 매출이 급증하면서 그의 성공신화도 시작됐다.

히카리통신은 지난해 전국 2천여개의 대리점을 통해 2백 50만대의 이동전화기 판매실적을 올렸고 올해는 4백만대를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시게다는 처음부터 일본의 이동전화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사업 초기 이미 1억 2천여만명의 일본인 중 5천만명이 이동전화를 소유한 상황이었고 앞으로 기껏해야 7백만~8백만대에 머물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래서 인터넷에 승부를 걸었다. 그는 당시 미국에서 불고 있던 인터넷 열풍이 곧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 전면부상할 것으로 보고 1999년 자회사인 히카리통신 캐피털을 설립한 뒤 인터넷기업 투자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이다.

시게다는 "다양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창출한다면 히카리의 성공신화도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 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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