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 `느림'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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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트선재센터가 올해 첫 전시로 `느림(Slowness of Speed)'전을 기획했다.

전시내용은 제목이 말해주듯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는 현대 생활에 대한 반성이다. 특히 산업화, 과학화를 거치면서 한국인은 동양적 속도를 잃어버렸다. 빠름과 진보가 우선적 가치였고, 그런 사이 자신도 모르게 서구 담론에 함몰됐다.

문화예술도 마찬가지였다. 서구를 빠르게 따라가는 것이 급선무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다 보니 한국적 정체성은 뒷전으로 밀렸다.

모두가 방향도 모른채 달려가고 있을 때 일군의 젊은 작가는 자신의 고유속도를 찾아야겠다며 각성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바로 이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놓은것이다.

초대작가는 김수자, 김영진, 박홍천, 배병우, 육근병, 이불, 최정화 씨 등 30대와 40대 미술인 7명. 김수자씨는 천 보따리를 트럭에 싣고 산보 떠나는 작업을 보여주고, 김영진씨는 특수 장치를 이용해 액체 속을 유영하는 텍스트의 움직임을 소개한다. 배병우씨의 소나무 사진도 한민족의 역사성과 작가의 일상이 투영된 것이다.

선재센터는 이 기획전을 지난 1998년과 1999년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미술관과 시드니의 뉴 사우스 웨일즈 미술관에서 먼저 선보였다. 선재센터가 아시아 네트워킹의 일환으로 기획했던 이 해외전은 한국 현대미술이 호주에 소개된 첫 사례이기도 했다.

전시는 28일부터 3월 5일까지. 문의 02-733-8945.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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