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21세기를 불교의 세기로 만드는 지혜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21세기는 불교의 세기다.
물론 21세기를 불교가 독점하는 것은 아니다. 21세기는 세계화의 세기, 환경의 세기, 과학의 세기, 인권의 세기, 민주주의의 세기이기도 하다. 종교 측면에서 보면 21세기는 불교의 세기일 뿐만 아니라 기독교의 세기, 이슬람의 세기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불기 2555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바라본 세상은 불교의 때가 왔다는 것을 알려준다. 국내 최대 종교인 불교는 전 세계적으로도 3억에서 5억의 불제자를 거느려 기독교·이슬람·힌두교와 더불어 세계 4대 종교 중 하나다. 서구인들이 대거 불교에 귀의하고 있다. 그들은 불교에서 현대사회의 황폐해진 정신을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을 본다.

21세기 불교의 힘은 세상의 조류와 잘 부합된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불교는 과학의 종교다. 일찍이 20세기 최고의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불교가 현대 과학의 필요에 부응하는 미래의 종교라고 평가했다. 불교는 시장 경제하고도 잘 통한다. 창의적인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인물인 스티브 잡스가 불교 신자라는 사실은 불교에서 영감을 얻은 ‘불교 경제학’이나 ‘불교 경영학’이 전 인류의 발전에 본격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한다.

불교와 민주주의의 관계도 튼튼해지고 있다. 불교의 성립은 왕정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적 공화정이 꽃피우고 있던 인도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불교는 그 성립부터 민주주의와 친화적이다. 티베트 불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1999년 민주주의 분야에서 최고의 학술지인 ‘민주주의 저널’에 민주주의의 개념과 실천은 불교와 밀접하다고 역설해 학계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국제 관계에 있어서도 불교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비폭력과 평화의 종교인 불교는 모든 전쟁에 반대한다. 부처는 아예 ‘정의로운 전쟁(just war)’마저도 인정하지 않았다.

21세기가 불교의 세기라고 해서 21세기가 반드시 한국 불교의 세기인 것은 아니다. 삿된 생각일지 모르나, 21세기가 한국불교의 세기가 되려면 중국불교, 일본불교, 남방불교 심지어는 미국불교와도 경쟁해야 한다. 다행히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 한국 불교에는 올해로 만들어진 지 천 년이 되는 8만대장경이 있다.

21세기가 한국 불교의 세기가 되려면 불교는 정치·사회·남북관계에 꾸준히 기여해야 한다. 호국불교사상(護國佛敎思想)을 출발점으로 해 이걸 현대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불교는 자비의 종교다. 기독교 등 다른 종교와의 갈등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를 슬기롭게 잘 풀어갈 것으로 믿는다. 그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모두가 기뻐하듯 신앙과 상관없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자비와 평화와 번성에 대해 다 함께 생각해 보자.

중앙SUNDAY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