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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뽀로로燈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17호 02면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면 절집들은 바빠집니다. 특히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연등입니다. 스님과 신자가 함께 며칠 동안 부지런히 만든 뒤 거리행렬에 들고 나가거나 사찰 마당에 정성스레 걸지요.그런데 올해 연등과 관련해 아쉬움을 남기는 일이 생겼습니다. 부처님오신 날 봉축위원회가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 최고인 애니메이션 펭귄 캐릭터 ‘뽀로로’로 등을 만들어 연등 행렬에 선보일 생각이었는데, 업체의 사용금지 요청을 받고 계획을 취소한 것이죠. 이에 대해 “연등 축제는 불교 행사를 넘어 국민적 문화축제인데 저작권만 내세우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비난 여론이 일었고, 급기야 제작사는 입장을 바꿔 캐릭터를 사용해도 좋다는 뜻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대부분의 등이 폐기되어 버렸죠.

봉축위원회 관계자는 “한 사찰에서 제작한 뽀로로 등(燈)이 언론보도로 알려지면서 업체의 반발을 불렀고 불교계 차원에서 얘기를 했지만 형사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지적에 철회키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처음 등을 만든 사찰은 순수한 의도였을 것입니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업체도 홍보해주니 서로 좋을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전 양해 없이 제작부터 했다면 이것은 분명 저작권을 침해한 것입니다. ‘21세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문화콘텐트 산업의 핵심은 바로 저작권 보호에서부터 시작되죠.
한국캐릭터협회 심평보 부회장은 “주최 측이 사전에 미리 협의했더라면”이라고 아쉬움을 표하면서 “우정사업본부가 올해 뽀로로 우표를 발매해 한 달 만에 400만 장이 매진되는 성과를 올렸지만 아직 캐릭터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꼬집었습니다. 부디 이번 일이 캐릭터 저작물의 저작권 보호와 이용에 대해 다 같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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