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공 크기 우박 정체는 혜성 파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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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에 농구공 크기만한 우박이 열흘 이상 떨어졌다고 상상해 보라. 여간해선 믿기 어려운 이 이야기는 꾸며낸 것이 아니라 실제 최근 스페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8일부터 하늘에서 농구공 크기만한 얼음 덩어리 30여개가 떨어져 시민들을 경악케 했다. 개당 무게가 4㎏에 달하는 이 우박은 햇볕이 내려쬐는 맑은 날씨속에서 낙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운전중이던 한 시민은 커다란 얼음덩어리가 차 유리창을 뚫고 날아들어 혼비백산하기도 했다. 이후 동부 발렌시아를 비롯해 마드리드 외곽, 동북부 사라고사 인근 지역에도 우박이 떨어져 이제는 스페인 전역이 전례없는 `대 우박''을 경험했을 정도다.

특히 지난 며칠동안 농구 공만한 크기의 우박이 집중적으로 쏟아지자 19일 과학자들이 적극적으로 원인규명에 나섰다.

지질학자인 헤수스 마르티네스 프리아스씨가 팀장으로 활동 중인 스페인 과학연구협회 소속 연구팀은 스페인 전역을 돌며 최근 10일간 하늘에서 떨어진 얼음 덩어리 10여개를 수거, 화학성분 분석작업을 펼치고 있으며 최종 분석결과를 오는 21일 공개할 예정이다.

이 협회는 시민에게 우박으로 생각되는 물질을 발견할 경우 즉시 플래스틱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해 줄 것을 요청했다. 프리아스 팀장은 "이 물체의 비밀은 연구가 종료돼야 정확히 알 수 있으나 일단은 혜성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천체물리학자들은 반대논리를 펼쳤다. 혜성파편이라면 10일에 걸쳐 산발적으로 떨어질 것이 아니라 동시에 낙하했어야 하며 특히 낙하범위가 스페인에만 국한된 것으로 미뤄 그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다. 또한 색깔도 항공기 폐기물의 색깔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발렌시아 대학의 화학자들도 독자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들은 이 물질의 정체를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항공기 폐기물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의 오줌속에 존재하는 미생물 생존의 단서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 15일 멜리아나에서 수거한 얼음덩어리 샘플에서 식염인 염화나트륨과 분필의 주성분인 석고를 함유하고 있었다. 이 성분은 지구와 연관이 깊은 물질이어서 혜성 꼬리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는 주장의 설득력을 낮게 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얼음덩어리는 지상에 부딪히면 여러조각으로 깨지는데 비해 지금까지 전혀 손상이 없었다는 점
자연현상이라면 당연히 크기가 다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농구공 정도로 크기가 일정하다는 점 등을 감안, 혜성 꼬리의 파편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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