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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자 빈 라덴 죽음 뒤엔 2인자 알자와히리 배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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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알자와히리

미국이 2일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 사살작전인 ‘제로니모 E-KIA’를 성공한 것은 사실상 알카에다 2인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60)의 배신 행위에 힘입은 것일 수 있다고 AFP통신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일간지 ‘알와탄’을 인용해 5일 보도했다. 알와탄은 알카에다 내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인 빈 라덴과 이집트 출신인 알자와히리를 중심으로 한 파벌 간에 권력 다툼이 심화됐고, 이 과정에서 빈 라덴의 소재지 등 정보가 미 중앙정보국(CIA)에 누출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이 빈 라덴의 은신처를 알아내는 데 단서가 된 빈 라덴의 연락책 셰이크 아부 아메드가 실제로는 알자와히리의 심복이었으며, 국적도 쿠웨이트가 아닌 파키스탄이었다. 알자와히리를 구심점으로 한 ‘이집트 파벌’은 2004년부터 조직 전체 권력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해 왔으며 최근 들어 사실상 알카에다를 이끌어 왔다. 신문은 이집트 파벌이 권력에서 멀어진 채 ‘상징적 리더’로 남은 빈 라덴에게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은신처에서 머물도록 강요했다고 전했다. 알자와히리는 알카에다의 테러 작전을 기획하고 실행해 온 실전형 인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뉴욕 타임스(NYT)는 빈 라덴의 저택에 침투해 작전을 벌였던 미국 요원들은 네이비실의 최강팀인 ‘팀 식스(Team 6)’라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팀은 네이비실 내에서 은밀한 존재와 강력한 전투력으로 ‘엘리트 중의 엘리트’ 또는 ‘올스타’로 불린다. 팀 식스의 공식 명칭은 해군특수전개발그룹(Naval Special Warfare Development Group·DevGru)이다.

 이들이 2009년 소말리아 해적이 미국 화물선 머스크 앨라배마호를 납치한 뒤 인질극을 벌이는 현장에 투입돼 총알 세 방으로 세 명의 해적을 처치하는 ‘원 샷 원 킬(One Shot One Kill)’의 놀라운 기량을 선보였던 바로 그 팀이라고 NYT가 보도했다.

 빈 라덴 사살로 미국 전역에서 영웅으로 떠오른 팀 식스 요원들은 4일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조용히 귀국했다고 ABC방송이 전했다. 팀 식스의 작전이 워낙 은밀하게 이뤄져 백악관이나 미 국방부도 이들의 존재에 대해 직접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NYT는 전했다.

 NYT에 따르면 3000명 정도로 구성된 네이비실은 팀1부터 팀10으로 나뉜다. 팀 식스 요원은 30대 중반이 많다. 어려운 작전을 통해 검증된 요원들만 들어오는 데다 순간적인 판단이 중요한 특수작전이 많아 경험 있는 사람들만 뽑기 때문이다. 6팀의 전체 인원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9·11 테러 이후 많이 늘어 현재 300명 선으로 추정된다.

 네이비실 자체가 특수부대인 만큼 강도 높은 훈련을 거쳐 요원을 선발한다. 그러나 팀 식스는 약 9㎞ 상공에서 산소마스크를 쓴 채 공중 강하해 해상의 납치된 여객선으로 침투한 뒤 선박 통제권을 확보하는 등 일반 네이비실 요원보다 더욱 가혹한 훈련을 거친다. 수년간 네이비실에서 근무한 요원 중에서도 절반 정도만 이런 훈련을 통과해 팀 식스 요원이 될 수 있다. 팀 식스는 미국이 1980년 이란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의 인질 구출작전에 실패한 뒤 만들어졌다.

 네이비실 팀 식스 요원이었던 돈 시플리는 NYT에 “팀 식스의 빈 라덴 사살작전이 성공한 데는 치밀한 준비와 함께 운도 작용했다”며 “이런 작전은 ‘실패 또는 영웅(Zero or hero)’ 중 하나의 결과만 나온다”고 말했다.

정재홍·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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