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한센인 간호일기 10권째 … 처음 일반에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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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소록도에서 한센인을 돌봐온 간호조무사들이 한센인들의 삶과 애환을 담은 책을 냈다. 책 이름은 『사슴섬 간호일기』. 소록도는 사슴처럼 생긴 섬이라는 뜻이다.

 이 책의 출판 책임자는 소록도 간호조무사회 고은아(42·사진) 회장이다. 고 회장은 “간호조무사들의 경험담을 통해 편견과 차별의 그늘 속에서 침묵하며 살아온 한센인들의 애환과 몸부림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에는 평양에서 한센병 진단을 받은 소녀가 기차를 타고 엿새 만에 벌교역에 도착했으나 한센병 환자라고 버스기사가 태워주지 않아 녹동항(소록도 건너편 항구)까지 이틀간 걸어간 얘기가 담겨 있다. 그 소녀가 김용덕(81) 할머니다. 김 할머니는 “손발이 없고 두 눈도 어두워 힘들지만 이만큼 사는 것도 감사하다”고 말한다.

 한센인 간호일기는 이번이 10권째다. 9권까지는 일반에 공개하지 않다가 이번부터 방침을 바꿨다. 조만간 1~10권 합본을 낼 예정이다. 여기에는 아들의 결혼식 혼주 자리에 설 수 없던 어머니의 절절한 이야기 등이 실린다. 고 회장은 “이 책을 계기로 다시는 한센인들이 편견과 차별로 고통 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록도에서는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78년 간호조무사 양성소를 만들어 2002년까지 매년 30명을 배출했다. 고 회장은 경북 경산여고를 졸업하고 양성소를 나와 22년째 소록도에서 근무하고 있다. 섬 안 관사에 산다. 남편 윤영창(44·자동차정비업)씨와 1남1녀를 두고 있다. 책은 홈페이지(www.sorokdo.go.kr)에 공개하며 원하면 우편으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문의 061-840-0510.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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