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선댄스 영화제 상업주의 논란

중앙일보

입력

미국 독립영화의 전시장으로 불리는 선댄스영화제가 10일간 예정으로 20일(현지시각) 개막한다.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열리는 이 영화제에는 총 1백60편(장편 1백편, 단편 60편)이 출품됐다.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1984년부터 주최하고 있는 선댄스영화제는 능력있는 영화학도를 발굴해 지원한다는 것이 애초 목적이었다. 〈펄프 픽션〉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나 영국영화 〈풀 몬티〉, 배우 벤 애플렉 등이 '선댄스의 자식들'이다.

선댄스라는 명칭은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Sundance Kid)에서 레드포드가 맡은 역의 이름에서 따왔다(상대역은 폴 뉴먼이었다).

그러나 16년을 끌어오면서 선댄스의 성격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소재와 인재난에 시달리던 메이저 영화사들이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할리우드의 메이저 배급사나 에이전트 등이 1월이면 선댄스로 몰려드는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그래서 주류의 바깥에서, 상업영화가 다루지 못하는 소재와 실험적인 형식을 시도하는 영화들을 지원한다는 목표가 퇴색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그랑프리를 차지한 〈쓰리 시즌스〉처럼 잘 만든 소품의 상업영화가 각광받는 현상이 이런 비난을 가중시켰다.

그러나 소니 픽처스 클래식스의 톰 버나드 공동대표는 "세계 최악의 영화구매시장이 바로 선댄스다. 여기서 구입한 영화의 95%는 실패"라고 말했다. 이제 선댄스 영화제가 너무 유명해져 이 영화제에서 거래되는 영화의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싸다는 지적이다.

미라맥스 영화사가 1998년에 6백만달러에 사들인 호주 코미디 〈성(The Castle)〉과 캐슬 록 엔터테인먼트사가 96년에 1천만달러에 구입한 〈스핏화이어 그릴(Spitfire Grill)〉 등이 실패작으로 꼽힌다.

한편 올해 선댄스영화제에는 2편의 한국영화가 출품됐다. 월드 시네마 부문에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단편경쟁부문에 이지호 감독의 〈동화〉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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