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독점 규제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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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3개 회사로 나누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며칠 전 미국의 신문.방송이 전한 내용이에요.

이 보도가 나온지 하루만에 MS의 빌 게이츠(44) 회장은 25년간 유지해 온 최고경영자(CEO)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말했어요.

지난해 11월 미국 법무부가 "MS가 막강한 힘을 이용해 공정한 시장경쟁을 막아왔다" 며 독점 판정을 내린데 이어 생긴 일이지요. 독점이 뭐길래 미국 정부가 세계에서 가장 큰 소프트웨어 회사를 쪼개려 한다는 얘기가 나올까요?

시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빵을 사고 판다고 상상해 볼까요. 누구든지 빵 가게를 차리거나 그만둘 수 있다고 해요. 이때 대부분의 빵 가게주인(공급자)들은 손해가 되지 않는다면 조금이라도 빵 값을 내려 받거나 질 좋은 빵을 만들려고 할겁니다.

그래야만 옆 가게에 가던 손님(수요자)들이 자기네 가게를 찾을 테니까요. 가게 주인 가운데 한 명이 빵 값을 5백원에서 5백50원으로 올리면 어떻게 될까요?

얼마 가지 않아 망할 겁니다. 5백원에 파는 옆 가게로 사람들이 발길을 돌릴 테니까요. 이렇게 빵 파는 사람이 많아 어느 한 가게 주인이 맘대로 값을 올리거나 내릴 수 없는 상태를 '경쟁시장' 또는 '완전경쟁시장' 이라고 합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키지 않아도 이 시장에 있는 주인들은 아주 효율적으로 가게를 이끌어 가려 할 거예요. 그렇게하는 것만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기 때문이죠.

시장에 빵 파는 가게가 영이네 한 곳만 있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이를 '시장을 혼자서 차지하고 있다' 해서 독점(獨占)이라고 하지요. 영이네만 빵을 팔기 때문에 값도 맘대로 정할 수 있어요.

영이네는 어떻게 할까요? 사람들이 장사하는 이유가 뭐지요? 그래요. 돈을 많이 남기기 위해서예요. 그렇다면 영이네는 당연히 빵 값을 더 올릴 겁니다.

빵 값이 비싸지면 영이네는 더 많은 돈을 남길 수 있을 테니까요. 빵이 너무 비싸 못 먹는 사람도 생기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빵을 살 겁니다.

영이네 빵을 먹지 않으면 굶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영이네는 여기에다 잘 안 팔리는 우유도 함께 팔려고 할지도 몰라요. "빵 한개 살 때마다 우유도 한통 사라" 는 '끼워팔기' 식으로 말이에요.

영이네(기업)는 혼자서 빵을 팔다 보니 빵을 맛있게 만들(기술개발) 생각을 하지 않을 거예요. 맛 없어도 사람들이 다 살 테니까요.

이렇게 독점이 되면 경쟁일 때보다 빵 파는 사람들은 더 게을러지기 쉽지요. 물론 사는 사람들 입장에선 돈이 없어 빵을 못 먹거나 비싼 값에 먹게 되니 손해이고요. MS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전세계 컴퓨터 10대 가운데 9대에는 MS의 윈도가 깔려 있어요. 그러니 MS는 윈도를 팔면서 "우리 회사의 인터넷 검색도구(웹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도 함께 써야 한다" 고 요구 한 것이지요.

이렇게 독점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막으려고 각 나라에서는 독점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규제하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하고 있어요. 미국은 '반독점법' , 우리나라는 '공정거래법' 이라고 하지요.

이 법은 독점회사도 규제하지만 두 세개 회사가 합쳐서 독점회사가 되려는 것도 막고 있어요. 실제론 시장에 딱 한 개의 회사만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나라 법에는 한 회사가 파는 물건이 10개 가운데 5개가 넘으면(시장점유율 50% 이상) 독점회사라고 하지요.

지난해 말 이동통신 회사인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과 합친다고 하자 다른 PCS 회사들이 독점이라며 반대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에요.

두 회사가 합칠 경우 10명 가운데 5.7명이 이들 회사 휴대폰을 이용하게 돼 독점이 된다는 것이지요. 롯데 등이 해태음료를 인수할 수 있는지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하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하지만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 는 말이 있듯이 독점으로 인한 문제점보다 쓸데 없는 투자를 줄이는 등 그 효과가 더 큰 경우(전기.수도.자동차 등) 독점을 예외적으로 인정하기도 합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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