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비리 4인방’ 빼돌린 재산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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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행 그룹 불법 대출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3일 박연호(61) 회장 등 대주주·경영진의 재산 내역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특히 대출 비리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 회장과 김양(59) 부회장(부산저축은행장), 김민영(65) 부산·부산2저축은행 대표, 강성우(60) 감사 등 핵심 4인방이 지난 2월 영업정지를 앞두고 재산을 은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재산 변동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박 회장의 경우 이미 영업정지 1주일 전 자신과 부인 명의의 3억원대 예금을 출금하고 임야에 대해서도 친구 명의로 근저당 설정을 한 것으로 드러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대주주 등이 빼돌린 재산을 찾아내 은행과 예금자들이 민사 소송을 통해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와 부산저축은행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은행 지분 60.48%를 보유한 이들 4인방은 부산저축은행 계열 5개 은행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이들은 길게는 30년에서 짧게는 10년가량 부산저축은행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영업정지 직전까지 가는 어려움도 같이 겪었다. 자연히 5조원대의 고객 예금을 ‘로또식 투기’ 자금으로 빼쓰는 과정에서도 확실한 역할 분담을 했다.

 박 회장은 그룹 최종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었다. 김양 부회장과 김민영 대표는 여·수신 업무와 신용공여 업무를 총괄했다. 2001년 부산저축은행에 총무부장으로 합류한 강 감사는 박 회장의 신임을 받아 입사 1년 만에 감사로 발탁됐다. 특히 강 감사는 경영진 비리를 감시하는 대신 금감원 출신 계열 은행 감사들과 함께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방법을 주로 연구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박 회장이나 김 부회장 등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을 결정할 때 담보조사나 신용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다. 김 부회장과 김 대표는 자녀들에게 각각 321억원, 92억원을 대출해 준 혐의도 드러났다.

 검찰 조사 결과 박 회장 등이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하기 시작한 건 2001년부터였다. 대출금 회수 위험성을 회피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사업에 손을 댄 것이다. 은행 임직원의 친인척 명의 등을 빌려 SPC 법인을 120개까지 늘렸다. 이들이 골프장·아파트·납골당 등의 사업에 묻지마 식으로 투자한 자금만 4조5942억원이었다. 연체 이자를 내기 위해 추가로 대출한 자금이 75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사업성 검토도 없이 추진한 결과 대부분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들의 생각엔 서민들이 모은 돈으로 수익이 나면 챙기고, 손해가 나면 계열 은행에 떠넘기면 그만이었던 것”이라며 “타락한 금융인들의 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들”이라고 말했다.

임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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