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단지들 `통큰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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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종선기자]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와 삼성동 아이파크, 그리고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자이. 이 세 단지에는 공통점이 있다. 분양 당시에는 인기가 높지 않아 미분양이 발생했지만 지금은 국내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곳으로 손꼽히는 단지로 등극했다는 점이다.

미분양 중에서 숨은 진주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요즘 미분양 물량에 관심을 갖는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부쩍 늘고 있다.

미분양 주택수 빠른속도로 감소

실제 미분양 주택수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주택수가 46개월 만에 8만가구 밑으로 떨어졌다.

국토해양부는 전국의 미분양 주택수가 지난 3월 말 기준 7만7572가구로 2월 말(8만588가구) 대비 3016가구 줄어 10개월 연속 감소했다고 3일 발표했다.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8만가구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7년 5월(7만8571가구) 이후 3년 10개월만이다.

미분양 물량이 이처럼 줄어드는 것은 건설사의 분양가 인하ㆍ새 아파트 공급 부족ㆍ전세대란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지금의 미분양은 공급 물량이 한꺼번에 쏠린 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란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2008년 초까지 밀어내기식으로 분양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예를 들어 경기 파주 교하, 고양 식사ㆍ덕이ㆍ가좌지구 등 경기 북부 지역에서만 3만6000여 가구의 아파트가 한꺼번에 분양됐다.

수요는 한정돼 있는데 공급 물량이 갑자기 늘면서 미분양을 초래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미분양이 어느 정도 소진됐고, 2008년 하반기부터는 신규 아파트 분양이 크게 줄어들면서 시장 환경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자대납 등 간접할인 조건도 많아

미분양 단지 중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곳은 ‘통큰 할인’에 나서는 단지다. 특히 요즘에는 인기 브랜드의 메이저 건설사 단지까지 할인 분양에 나서고 있다. 초기 계약자들이 입주했는데도 미분양이 남아 있자 업체 입장에서 특단의 대책을 내 놓은 것이다.

메이저 건설사들은 직접적인 분양가 할인보다는 이자 대납 등의 간접할인 조건을 주로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단지가 GS건설이 지은 경기 고양시의 일산자이다. 4683가구의 대단지 중 일부 해약분을 분양가의 10% 가량 할인받는 셈인 특별 조건으로 팔고 있다. 일단 계약자들은 분양가의 10% 가량만 내면 입주 할 수 있다.

분양가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은 계약자들이 대출을 통해 조달하는데 3년간 대출이자에 대해 업체 측이 일시에 이자를 지원해준다. 또 분양가의 20%에 해당하는 잔금은 2년 뒤 내면 된다.

분양대행사 더 감의 이기성 사장은 “예를 들어 분양가 8억원짜리 아파트를 8000만원만 내면 입주할 수 있는 셈”이라며 “2년 뒤 집값이 오르면 시세차익을 챙기고 팔고 나갈 수 있어 계약자 입장에서는 아주 유리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의 용인 성복 힐스테이트와 GS건설의 성복자이도 이런 간접 할인 조건을 통해 미분양 분을 팔고 있다. 이 두 단지의 분양 조건은 7~8% 가량 분양가 인하 효과가 있다.

직접적인 분양가 할인에 나서는 단지도 늘고 있다.

임광토건과 진흥기업이 일산 서구 탄현동에 지은 일산 임광ㆍ진흥 아파트의 경우 2007년 6월 3.3㎡당 평균 1300만원에 분양을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분양가를 3.3㎡당 900만원대로 낮춰 팔고 있다.

주택형별로 분양가가 최소 4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 정도 줄어들게 된다.

GS건설은 이미 입주가 시작된 경기 용인시 마북동 구성자이3차 146㎡형을 초기 분양가 대비 17% 내린 6억200만원에 분양 중이다.

대우차판매는 안양 석수1동의 대우 이안 단지 미분양분에 대해 최대 25% 할인 분양하고 있다. 122㎡형(분양가 7억1800만원)의 경우 1억8200만원(25%) 할인된 5억4600만원에 계약할 수 있다. 현대건설 정흥민 마케팅팀 부장은 “요즘은 업체들이 내놓는 미분양 판촉조건은 업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거의 포기한 것”이라며 “주택수요자 입장에서는 원가 수준에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철저한 옥석가리기 필요

그러나 미분양아파트를 고를 때는 옥석가리기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미분양이 된 데는 분명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보다 지나치게 높게 분양가가 책정돼 미분양이 발생한 경우라면 분양가 할인 폭을 잘 따져봐야 한다.

입지 조건과 주변공급 여건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기 쉽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수도권 유망 택지지구나 지방의 대규모 택지지구에서 나오는 알짜 미분양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장 점검도 필수다. 입지는 좋지만 단지 주변에 각종 공해시설이나 혐오시설 등이 없는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입주시점에 주거 환경이 어떻게 조성될지, 주변에 잠재적인 개발요소는 있는지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브랜드와 단지 규모도 중요하다. 믿을만한 브랜드의 대단지 아파트는 입주 후에 세입자들도 몰리고 주변에 상권형성도 빠르게 진행되며 아파트를 팔 때도 환금성이 뛰어나다. 또 요즘 나오는 아파트는 주차장은 지하에 넣고 지상 공간은 공원으로 조성하기 때문에 단지 규모가 클수록 미래가치가 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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