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코스닥시장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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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이 열렸다. 올해는 세상이 확 바뀌는 첫해다. 역사를 되돌아봐도 새 천년이 열릴 때마다 시대의 패러다임은 예전과 판이하게 바뀌었다. 증권시장도 새 천년을 맞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예전의 잣대로 증시를 바라보는 사람은 수익을 올리기는커녕 큰 낭패를 볼 것이다. 세상이 바뀌는 만큼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새 천년 들어 예상되는 증시의 가장 큰 변화는 단연 코스닥시장의 급부상이다. 미래에 급성장할 공산이 큰 기업들이 앞다퉈 코스닥으로 몰려드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투자자들로서도 기업의 성장속도가 빨라야 가파른 주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거래소시장이 정형화되고 규격화된 대기업 중심의 시장이라면 코스닥시장은 다소 거칠지만 독창적이고 변화무쌍한 중소기업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사업내용도 정보통신이나 인터넷 등 첨단 기술을 살린 기업들이 주류를 이룬다.

◎ 첨단 성장기업의 寶庫 코스닥

새 천년에는 이들 첨단 성장기업 중에서 정상의 기업들이 나올 확률이 크다. 새 천년에는 큰 것보다 작은 것, 창조적 모험, 보이지 않는 지식, 남과 다른 특이함이 중시되는 사회가 도래할 전망이다. 이러한 사회적 조류 속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기업들이 바로 첨단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들이다. 이런 이유로 21세기에는 벤처기업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러한 벤처기업들을 도와주고, 수익을 기업과 투자자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코스닥시장이다.

99년초만 하더라도 코스닥지수는 70포인트 선에 머물렀으나 지난 7월에 200포인트를 돌파한 뒤 잠시 조정을 보이다가 지난 12월에는 250포인트까지 치솟았다. 벤처지수는 500선을 넘었다. 99년초 330개에 불과하던 코스닥 등록기업 수도 400개를 넘어섰다. 5조4,078억원에 불과하던 시가총액도 50조원을 돌파했다. 1년도 채 안돼 시장규모가 10배 이상 급속히 확대됐다. 2000년에는 코스닥시장이 바야흐로 도약기를 맞을 전망이다. 코스닥 등록기업의 수는 물론 코스닥지수도 가히 폭발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상장여건을 갖춘 기업들도 코스닥시장을 선택하고 있을 정도다.

코스닥증권(주)은 2000년 한해동안 300개 기업이 추가 등록, 코스닥 등록기업이 700개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2001년에는 1,000개를 돌파할 것이란 주장이다. 시가총액도 2000년에는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거래소의 상장기업은 730여개.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2001년에 가면 규모면에서 증권거래소를 제칠 가능성도 높다.

코스닥지수는 2000년에 370 전후로 예상된다. 증권시장의 활황과 코스닥기업들의 수익 호전, 그리고 성장 잠재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감안할 때 증권업계가 예상한 300포인트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규등록 기업들의 4분의 3이 정보통신과 인터넷 등 첨단 기술기업들이어서 벤처지수는 99년의 500포인트보다 2배 가까이 급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증시에 대한 전망은 밝지만 1년 내내 강세장만 연출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가상승의 폭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증권시장의 속성상 3∼4차례의 조정기간을 거치는 것이 보통이고 주가상승도 기업실적과 잠재성장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유망종목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 기업실적 및 특화분야에 주목해야

2000년 코스닥시장의 유망종목은 이른바 밀레니엄 칩으로 불리는 정보통신·인터넷·반도체 관련주와 수출 관련주로 요약된다. 생명공학은 2001년에 가서야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와 TFT-LCD 관련 산업은 2002년까지 활황을 보일 전망이어서 주가상승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수출도 정보통신·반도체·자동차산업이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금리와 환율 등 외부변수도 내재하고 있지만 수출의존도가 큰 한국의 경제 특성을 감안할 때 수출관련주의 주가상승도 클 전망이다.

코스닥시장에서 눈여겨볼 또 다른 종목은 특정분야에서 사업을 특화한 기업을 들 수 있다. 국내시장이 완전개방되는 등 세계시장이 단일화 추세를 보이고 있어 특정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의 주가도 힘찬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인터넷이나 정보통신 관련 사업이 주력은 아니지만 특정분야에 대한 노하우가 높아 기술을 인정받은 기업들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전체 종목을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투자하는 종목도 많아야 2∼3개에 불과하다. 유망종목과 업종대표주 15종목 정도를 골라 꾸준히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투자할 때도 투자자금을 한꺼번에 투자하기보다 3분의1씩 나누어 투자해야 한다. 또 다른 고수익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데다 위험도 분산시킬 수 있다. 이때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세우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투자원칙에 따라 투자를 계속하다 보면 나름대로 수익률 게임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나이에 따른 투자전략의 변경도 필요하다. 젊은 사람은 경험이 다소 부족하지만 순발력과 감각이 발달한 점을 활용해 기술적인 지표를 이용한 단기매매도 괜찮다. 40대 이상은 경험과 통찰력을 살려 내재가치가 높은 종목을 중기적으로 투자할 것을 권한다.

코스닥시장은 거래소보다 주가의 변화가 심한 점을 감안해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2000년에는 신규등록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보여 공모주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공모주가 매매되는 초기에는 과감한 추격매수도 효율적이다.

이종준 코스닥리써치센터 대표
월간중앙 제290호(2000.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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