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크고 싶은 우리 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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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모(17)군의 키는 168㎝다. 아빠(173㎝)와 엄마(161㎝)가 작지 않은 데다 3년 전 뼈나이 검사결과 최종 키가 175㎝여서 내심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지난 1년 동안 고작 1㎝ 자랐다.
# 서모(15)양도 1년 넘게 키(153㎝)가 그대로다. 2006년 성장검사 당시 6개월 후 초경이 예상되며 최종 키가 155㎝일 것이란 진단을 받았지만 그땐 검사결과를 믿지 않았다. 적어도 엄마(163㎝)보다는 크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다른 병원 검사에서는 최종 키가 167㎝로 나왔었다.

성장판 개폐 정도 등으로 최종 키 예측

 키 성장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뼈나이 검사를 받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뼈나이가 실제나이보다 어리면 그만큼 키가 늦게까지 큰다. 반대로 뼈나이가 실제나이보다 많으면 성장이 일찍 멈춘다. 이전까지는 부모의 키로 자녀의 키를 계산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는 자녀가 부모의 유전을 반반씩 받는다는 걸전제한 것으로, 후천적인 요인은 고려하지 않은 계산법이다.

 이를 보완한 게 뼈나이 측정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TW3라는 방식으로 측정한다. 손목이하 손가락뼈 13개에 각각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그러나 앞선 최군과 서양의 사례처럼 검진결과가 병원마다 달라 혼선이 빚어지기도 한다. TW3 방식이 유럽과 미국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그대로 적용할 경우 오차가 생기는 것이다.

 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은 “병원에 따라 최종 키 오차가 10㎝ 이상 나는 경우가 많다”며 “뼈나이를 제대로 측정하려면 임상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의 검진을 받을 것”을 권했다.

 뼈나이 검진 시 감안해야 할 게 서구화된 음식, 환경호르몬, 과도한 스트레스 등 키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후천적 요인들이다. 성장판 상태, 최근 3~4년간의 성장발육 사항 등도 종합해 계산해야 한다. 뼈나이와 성장판이 남은 정도를 검사하면 최종 키, 성장이 멈추는시기, 초경과 변성기 같은 2차 성징 발현 시기 등을 알 수 있다.

키 성장 방해하는 성조숙증 검사 필수

 최군과 서양의 최종 키를 작게 한 후천적인 주요 요인은 성조숙증이다. 최군의 경우 3년전 성장검사 당시 키 155㎝에 몸무게 66㎏으로 비만 상태여서 성조숙증 우려가 컸다. 서양 역시 초등 3학년 때 초경을 해 성조숙증이 우려됐다. 성호르몬 과잉으로 2차 성징이 또래보다 빨리 나타나는 성조숙증은 키 성장에 큰 걸림돌이다. 2차 성징이 나타나면 성장판이 일찍 닫혀 그만큼 성장 시기가 짧아진다. 여아의 경우 초경 이후엔 키가 5~8㎝밖에 더 자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원장은 “최군과 서양의 경우 성조숙증을 고려해 최종 키를 예측하고 그에 따른 성장치료를 적절히 받았더라면 키가 좀 더 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조숙증의 주요 원인은 비만이다. 비만으로 체지방률이 높으면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2차 성징을 앞당긴다. 비만은 호르몬 내성도 증가시켜 성장호르몬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도 한다. 비만은 이처럼 키 성장을 이중으로 방해한다. 일반적으로 여아는 몸무게가 30㎏, 남아는 45㎏ 정도가 되면 사춘기가 시작된다.

 비만 여부 판단에서 놓치기 쉬운 게 마른비만이다. 흔히 체중과 키를 이용한 체질량지수(BMI)가 정상범위에 속하면 비만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는데, 말랐더라도 체지방률이나 복부지방률이 높으면 비만으로 봐야 한다. 마른비만은 외견상 별 문제가 없어 자칫 비만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이들이 즐겨 쓰는 휴대전화, 게임기 등은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해 성조숙증을 일으킨다. 멜라토닌은 생식세포 생성을 억제하고 숙면을 돕는 호르몬이다. 플라스틱 장난감 같이 환경호르몬을 배출하는 물건도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사춘기를 앞당긴다.

 박 원장은 “비만이나 생활습관 등 키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까지 고려하는 성장정밀 검사를 받으면 키 성장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성장검사는 여학생의 경우 초등 2학년 때부터 초경 전까지, 남학생은 초등 4학년 때부터 변성기 전까지 시기에 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키크는 생활수칙

- 자세를 바르게 하자 척추가 건강해야 전신에 혈액순환이 잘 돼 키 성장이 원활하다. 항상 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 아토피와 비염을 관리하자 아토피와 비염이 있으면 깊은 잠을 자기 어렵다. 피부와 코점막을 자극하는 요소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 잠꾸러기가 되자 성장호르몬은 깊은 잠을 잘 때 활발하게 나온다. 그를 위해 잠들기 전 커피·콜라 등 각성 작용이 있는 식품을 삼가고 TV시청, 게임 등도 자제한다.

- 적정 체중을 유지하자 비만은 성조숙증의 주요 원인이다. 살이 찌지 않도록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피한다. 줄넘기·조깅·농구 등의 운동은 체중을 조절해주고 성장판을 자극해 키 크는 데 도움을 준다.

- 성장 정밀검사를 받아보자 성장판 상태와 뼈나이를정확히 알아야 성장 촉진에 전념할 것인지 성장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는 치료를 받을지 결정할 수 있다.

[사진설명] 비만은 키 성장에 큰 걸림돌이다. 키가 크려면 규칙적인 운동 등으로 체중을 관리해야 한다.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사진="김경록" 도움말="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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