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세기 유럽 귀족들 치장에 집중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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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코담배갑, 프로이센 프리드리히 2세 컬렉션, 1765년경. [V&A 이미지]

오늘날 영국 여왕은 먹고 남은 시리얼을 밀폐용기에 보관한다지만 시민사회가 대두되기 직전인 17~18세기 유럽의 왕실은 화려함의 극치를 달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영국 빅토리아 알버트박물관 소장품 특별전 ‘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궁정문화’를 3일 개막한다. 당시 유럽 지배계층이 향유했던 문화를 보여주는 조각·회화·자기·금속공예·가구·직물·복식 등 유물 101점을 전시한다.

 전시는 모두 5개 섹션으로 나뉜다. 첫 번째 섹션인 ‘유럽 궁정의 미술 후원’에선 프랑스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퐁파두르 후작부인 초상, 프로이센 프로드리히 대왕의 다이아몬드 장식 코담배갑 등이 나온다. 당시 유럽의 왕과 그의 여인들은 호화로운 선물을 장인에게 주문해 주고 받으면서 귀족 사회에 미적 기준을 제시했다. 귀족들 역시 손님들에게 개방된 공간이었던 집을 화려한 가구와 벽 장식으로 꾸몄다. 식민지 개척을 통해 세계 각지에서 들여온 값비싼 재료를 이용해 유럽 전역의 장인들이 한땀 한땀 매만진 장식품이다. 머리와 옷 역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것이기에 정성 들여 가꿨다.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를 가장 신경 쓴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당시의 풍조는 전시 네 번째 섹션인 ‘실내 장식’ 코너와 마지막 섹션인 ‘패션과 장신구’에서 볼 수 있다.

 예술로 전쟁을 미화하고 찬미했던 당시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권세와 영광’, 궁정의 일상과 예법을 지배했던 가톨릭 및 새롭게 떠오른 신교가 장식 미술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종교적 장엄’ 코너도 마련됐다. 전시는 8월 28일까지.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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